KPI뉴스 - [기자의 눈] 국제 왕따 미얀마 군부와 포스코인터는 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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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제 왕따 미얀마 군부와 포스코인터는 밀월?

송창섭
기사승인 : 2023-10-04 17:19:48
주민들, 경제난 이유로 쿠데타 군부 세력 반감 여전
포스코인터가 지은 양곤 롯데호텔 보이콧운동 계속
포스코인터, 군부와 관계 청산…현지 반응 시큰둥

기자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취재차 미얀마 수도 양곤과 제2의 도시 만달레이를 다녀왔다.

 

미얀마 경제 시계는 수년간 멈춰 서 있다. 2년 전 군부 쿠데타로 인한 국제사회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기 침체가 맞물린 탓이다.

 

첫 인상인 양곤국제공항과 도심 모습도 여느 국가와 달랐다. 시내까지 가는 길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군경은 모두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는 시내 전체가 통금(통행금지)이다.

 

▲ 지난달 26일 미얀마 수도 양곤에 위치한 롯데호텔 양곤 전경. 인야호 주변에 들어선 최고급 호텔로 포스코인터가 공사를 시행했다. [송창섭 기자]

 

군부에 대한 불만은 온라인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얀마에서 구독자 3만5000명인 '웅뚜의 미얀마 살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하혜봉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 스타일로 보여주는 미얀마 거주 8년차 하씨는 우연히 미얀마 음식을 소개하며 방송에서 토종 맥주브랜드 '미얀마 비어'를 마셨다.

 

곧장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미얀마 비어는 군부 자금줄인데, 외국인인 네가 그걸 마시라고 홍보하는 것은 '군부에게 돈을 갖다 바치라'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이후부터 하씨는 방송에서 하이네켄, 타이거 비어 등 수입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양곤 인야 호(湖) 주변은 노른자위 땅이다. 우리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이하 포스코인터)은 호텔롯데와 손잡고 이곳에 '롯데호텔 양곤'을 지어 운영 중이다. 땅 소유주는 미얀마 군부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얀마 젊은이들은 롯데호텔 쪽에 항의성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군부와 관련되어 있고 이들을 지원하는 포스코인터의 롯데호텔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온다.

 

포스코인터는 롯데호텔 외에도 남부 라카인주에서 슈웨(Shwe) 가스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슈웨는 버마어로 '황금'이란 뜻이다. 말처럼 슈웨 가스전은 포스코인터에게 '대박'을 선사했다.

 

'군부로 건너가는 돈은 없다'는 포스코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국민들은 여전히 이 가스전 사업이 군부의 비자금 줄로 쓰이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인근에서 가스전 사업을 벌인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Total)은 쿠데타를 이유로 사업에서 철수한 반면 포스코인터는 여전히 군부와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포스코인터는 슈웨 가스전 육상 터미널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몇 해 전 피소됐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재판은 포스코인터 승리로 끝났지만 완승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재판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는데, 미얀마 지역민은 비용 때문에 원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이들은 미얀마 현지 영상 심문을 요청했으나 우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역민들은 군부를 앞세운 포스코인터가 공사를 이유로 헐값에 토지를 강탈해 갔다고 확신하고 있다.

 

▲ 9월27일 미얀마 양곤 인야호 주변에 들어선 롯데호텔 로비를 한 투숙객이 걸어가고 있다. [송창섭 기자]

 

군부 통치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남아 10개국 연합체인 아세안(ASEAN) 조차 미얀마 군부를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돌아가며 맡는 아세안 의장국 순서가 올해 미얀마였으나 다른 회원국들이 반대해 무산시켰다. 아세안에서조차 미얀마는 '왕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위험한 도박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훗날 군정이 종식되고 민선 정부가 들어서면 군부와 결탁한 해외기업들을 미얀마 국민들은 어떻게 대할까.

 

'마케팅학 아버지'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켈로그스쿨) 석좌교수는 저서 '마케팅 5.0'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는 불평등해졌다"며 "UN(국제연합)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를 본 따 '기업SDG'를 강조했다. 그 핵심은 '인도주의'와 '환경'이다.

 

권력 눈치를 보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거둘 수익 때문에 주저하는 동안 미얀마 군부와 결탁했다는 의심을 받는 우리 기업 이미지는 갈수록 나빠질 수 있다.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기업은 잠재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건 현대 경영학이 말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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