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유사한 사건인데 최태원 유죄, 삼성물산 합병 재판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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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사건인데 최태원 유죄, 삼성물산 합병 재판은 무죄"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5-06-18 16:24:04
이상훈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보고서
"경영권 승계 무시, 최태원 판결과 배치"
검찰 상고로 대법 판결 남아…국민연금 손배 소송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 부당 합병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과거 유사한 사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영권 승계 목적이 분명하므로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훈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변호사)은 18일 '이재용 삼성물산 합병 판결에 대한 비평' 보고서를 통해 "하급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최태원 회장의 대법원 판결에서 후퇴하고 배치되는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 [뉴시스]

 

지난 2월 서울고법은 삼성물산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또 합병 전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는 26일 첫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도 진행 중이다. 


초점은 합병의 부당성 판단이다. 1심은 승계 작업 일환이라 하더라도 사업상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부당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은 지배권 강화가 수반됐지만 유일한 목적이 아니며 합리적 사업상 목적이 존재했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최 회장 판결과 비교하면서 1·2심 판결을 비판했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최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원심을 확정 판결한 바 있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와 함께 주식 맞교환 과정에서 최 회장 소유 주식 가치를 과대평가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최 회장은 SK C&C 대주주로 SK를 지배했는데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으로 SK C&C가 가진 SK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일부 잃게 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순환출자를 억제해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그러자 최 회장은 본인이 소유한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C&C 소유 SK 주식을 맞교환했는데 그 과정에서 워커힐 주식 가치를 부풀렸다고 법원이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SK C&C 입장에서는 SK 주식을 시급히 처리할 이유가 전혀 없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비상장 워커힐 주식을 40.7%나 취득할 필요성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평가한 것은 과대평가됐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재용이 그룹의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를 승계하기 위해 종자 회사로 활용한 회사는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였고 최태원이 종자 회사로 지목한 회사는 SK C&C였다"고 짚었다. 

 

기본적 구조가 같은 사건이었는데 판결은 달랐다는 얘기다. 최 회장 사건에서 법원은 회사를 위한 측면이 있더라도 개인적 이익이 주된 목적이라면 배임의 고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 연구위원은 "합병 후 자신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는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배임의 고의는 인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관련된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가 주된 목적임을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판결문에서 "이재용 등 대주주 일가의 삼성그룹 지배권 확립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삼성그룹 측에서 합병의 성사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했다. 

 

만약 삼성물산 합병이 부당했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구체적인 청구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피해액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부도 이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2300만 원 규모의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엘리엇 등 해외 투자자들이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이겨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돈의 책임을 원인 제공자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시정해 자본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은 물론 자본시장과 삼성그룹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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