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잦아지는 외국인노동자 태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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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지는 외국인노동자 태업, 왜?

황정원
기사승인 : 2019-02-03 10:10:51
열악한 노동환경에 이직도 힘들어…선택지는 태업 뿐
"사업장 이동제한 폐지, 중소업체 근로조건 개선해야"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했지만 수시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다. 회사에서 사업장 변경에 합의하지 않으면 외국인 근로자는 태업하고 결근하며, 다른 근로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회사는 결국 사업장 변경에 합의할 수밖에 없다" (경기 양주시 ㄱ업체 대표)

지난 22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 182개 중소기업을 방문해 외국인노동자 활용과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한 '외국인력(E-9) 활용 중소 제조업체 현장방문'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 지난 1월4일 새벽 서울 남구로역 인근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문재원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 활용 중소 제조업체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리한 이직 요구와 태업'(3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제조업체들은 외국인노동자를 채용하기 위해 평균 2~3개월의 기간과 수수료 등을 투자하지만, 일부는 입국 후 얼마 되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이 이직을 요구하는 이면엔 열악한 주거 및 노동환경이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이주와 인권연구소(MIHU)에서 발간한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주거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215명 가운데 '주거용 독립건물', 즉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는 노동자는 절반도 되지 않는 43.9%에 불과했다. 나머지 55.4%는 작업장 부속 공간이나 가건물처럼 임시주거용으로 만든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특히 공장 등 제조업분야 종사자 40.3%는 주로 작업장 부속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숙소 내부 역시 열악했다. 사용이 가능한 에어컨이 없거나(42.6%), 실내화장실이 없고(39%), 소음이나 분진, 악취가 나는 경우(37.9%)가 많았다. 화재 대비 시설이 없다고 응답한 외국인노동자도 34.9%에 달했다.

최저임금이 오른 지난해부터 노동조건도 달라졌다. 사업주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임금상승을 최소화했다. 외국인노동자 45.2%가 최저임금 상승 후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연장근무와 야간근무를 최소화해 임금을 동결한 것이다. 기존에 지급해온 상여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졌다고 답한 노동자도 36.3%였다. 2017년에는 내지 않았던 숙식비를 내기 시작했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18%나 됐다.

외국인노동자는 안전과 건강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산업재해를 경험한 외국인노동자는 3만3798명이었고 사망자도 511명이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내국인 노동자 산재발생률은 0.18%인데 외국인노동자 산재발생률은 1.16%로 6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2017년 외국인노동자 재해자 수는 3075명(사망 42명)으로 전체 재해자 수 6302명(사망 107명) 대비 48.7%로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의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야 계약서보다 열악한 주거환경이나 근로조건을 깨닫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이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계 중앙계단에서 2018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권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단속추방 중단,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따라 열악한 환경에 놓인 외국인노동자들이 임금, 노동시간 등 정보를 나누며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려는 행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노동자들이 서로 공유하는 SNS를 통해 회사 급여나 기숙사 비용, 잔업시간 등 정보를 나누면서 상대적으로 조건이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용허가제도로 인해 외국인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묶여있다는 점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취업한 외국인노동자는 국내에 체류하는 3년 동안 사업장을 3차례만 바꿀 수 있다. 이때 사업주의 동의를 얻거나, 아니면 폭행, 폐업, 임금체불 등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가 사업장을 이탈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다.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이율도 민주노총 이주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사업장 변경을 위해서는) 외국인노동자가 사용자의 임금체불이나 상해 등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사실들을 스스로 입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섭 집행위원은 "외국인노동자는 근로조건이 열악하더라도 현행법상 자의로 일을 그만둘 수 없으니 회사가 결정적인 법 위반을 하지 않는 이상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자기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태업 뿐"이라면서 "정부가 나서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제한을 폐지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서리 IOM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근로조건이 여의치 않아 내국인을 고용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업체들의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관계자는 "사업장 이동 시 외국인노동자 귀책이 아닌 사유 대상 범위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고용허가제 틀 자체는 유지하되 국내 노동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부분들에 있어 외국인노동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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