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곧은 정신'과 '굽히지 않는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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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곧은 정신'과 '굽히지 않는 펜'

김당
기사승인 : 2019-07-19 08:00:35
조선-동아 창간은 3·1운동의 산물
춘원 이광수의 길과 청암 송건호의 길
'굽히지 않는 펜' 제막과 'UPI뉴스' 창간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년의 해이다. 알다시피 상하이 임시정부는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수립되었다. 

 

3·1운동은 일제의 식민통치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일제는 3·1운동을 계기로 '헌병 무단통치'에서 이른바 '문화통치'를 표방하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숨통을 터주었다. 이듬해 이른바 민족지라는 〈조선일보〉(1920. 3. 5)와 〈동아일보〉(1920. 4. 1)가 창간되었다.


문화정치를 표방함에 따라 일제는 식민통치를 합리화하는 쪽으로 조선민족의 의식구조를 세뇌시키는 선전과 여론조작이 필요했다. 3·1운동 이후 3대 조선총독으로 부임한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는 이를 위해 '조선정보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는 "비밀선전기관을 설립하여 유식자(有識者)를 이용해서 문자나 구두로 선전활동을 실시하여 조선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 


실제로 사이토 총독은 약간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허용한 가운데 이권과 작위로 매수한 '유식자'를 이용해 내선융화(內鮮融和)의 동화정책을 한층 더 강력히 추진했다. 그가 내건 '문화의 발달과 민력(民力)의 충실'이라는 슬로건 아래 친일파로 변신한 민족지사 언론인도 적지 않았다. 한때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의 사장 겸 편집국장이었던 춘원 이광수가 대표적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를 사이에 두고 두 행사가 순차적으로 열렸다. 하나는 '정파성에 눈멀어 일본 폭거마저 편드는 조선일보를 규탄한다'는 시위였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동아투위)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를 문재인 정부의 외교실패 프레임으로 짜맞춘 조선일보를 규탄했다.


다른 하나는 건너편의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이었다. 언론자유를 상징하는 이 조형물은 하얀색 대형 펜과 그 펜을 받친 돌판으로 돼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제작했다. 

 

▲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제막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언론자유 조형물 건립은 지난해 10월 언론3단체(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가 언론시민단체에 제안해 진행된 사업이다. 서울신문사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부지 등을 제공했고, 여러 언론시민단체와 언론노동자, 일반 시민 등 600여 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해 기금을 모았다고 한다.


돌판에는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평생 언론자유에 헌신한 청암 송건호 선생의 지론이 담긴 문구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외치고 언론탄압에 맞설 때 송건호 선생은 사주와 권력이 아닌 기자들 편에 선 편집국장이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제막식에서 "'굽히지 않는 펜'은 송건호 선생 정신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며 "언론자유가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한다는 명제를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 김당 정치·외교 에디터

3·1운동의 산물인 조선-동아가 내년이면 창간 100년을 맞는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일제와 독재정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식민통치와 독재정권에 길들여진, 또는 싸우면서 닮아간, 의식과 관행으로 인한 두 신문의 문화-역사지체 현상은 여전하다.

 

'곧은 정신, 당찬 뉴스'를 모토로 1년 전에 창간한 〈UPI뉴스〉의 '생일'도 공교롭게 7월 16일이다. 새삼 '곧은 정신'이 '굽히지 않는 펜'임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그렇다. 춘원과 청암의 다른 길에서 보듯,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제는 펜이 칼에 굽히지 않을 때만 '참'인 것이다.

 

KPI뉴스 / 김당 정치 에디터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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