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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선 시도? 박정희·푸틴 사례와 비교해보니…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6-07-30 15:58:10
트럼프, 지난해 1월 이후 10번 넘게 3선 도전 관련 언급
수정헌법 22조 '2번 넘게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 명시
'3선 개헌 강행' 박정희, 우회로 택한 푸틴처럼 하기 어려워
지지자들은 '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 승계' 등 꼼수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3선 도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함께한 만찬에서 "여러분의 시청률을 유지해주기 위해 (중략) 네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농담"이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연례 만찬에 참석해 웨이지아 장 WHCA 회장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AP 뉴시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3번 출마해 2번 당선됐다. 4번째 대선 출마를 한다면 3선을 시도하는 것이 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는 어떤 사람도 2번 넘게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3선 도전 의사 표명은 헌법 무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이라며 발을 뺐지만, 정말 농담일 뿐인지 의문을 품는 이가 적지 않다.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3선 시도 가능성을 10번 넘게 거론했기 때문이다. 3선 도전 관련 언급이 "농담이 아니다"라며 정색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하려면 헌법을 바꾸거나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보는 것도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 과정을 살피고자 한다. 전자는 장기 집권을 위해 헌법을 먼저 바꾼 경우, 후자는 우회로를 택하고 헌법은 나중에 바꾼 경우다.

1961년 5·16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 전 대통령은 1963·1967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헌법의 대통령 연임 규정에 따라 더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자 3선 개헌을 밀어붙였다.

이를 위해 취한 조치 중 하나가 1967년 6월 8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개헌안의 국회 통과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석수인 개헌선을 확보하고자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이 선거는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관권 개입에 더해 금품 살포, 향응 제공이 난무한 대규모 금권·망국 선거라는 평가를 받는다.

분위기가 그러했기 때문에 그해 6월 3일 대구 수성국민학교 어린이 1000명이 유원지 정화 궐기 대회를 열고 "우리 어머니들을 술 취하게 하지 말라", "엄마 아빠, 술 먹고 춤추지 마세요"라고 외치려 한 일도 있었다. 학교 당국이 막아 대회는 열리지 못했지만, 향응 제공 등으로 인한 선거 관련 타락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은 투·개표 부정까지 자행된 이 선거를 통해 개헌선 확보에 성공했다. 다음 수순은 3선 개헌에 부정적인 김종필계 탄압이었다. 당시 여당에는 5·16쿠데타 주역 중 한 명인 김종필이 박 전 대통령의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1968년 이들을 겨냥한 국민복지회 사건이 일어났다. 김종필계로 분류된 전·현직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직속 기관인 중앙정보부(안기부·국정원 전신)에 끌려가 '3선 개헌을 반대하고 김종필을 대통령 후보로 옹립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실토하라는 강요를 당하며 고문당한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 등을 통해 3선 개헌 강행 기반을 다졌고, 반대 목소리는 무시했다. 1969년 9월 14일 일요일 새벽, 국회 제3별관에서 3선 개헌안이 날치기로 통과됐다. 헌법을 뜻대로 바꾼 박 전 대통령은 19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고전하자, 이듬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유신 체제를 수립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없애버린다.

푸틴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는 다른 경로를 택했다. 2000년과 2004년에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은 대통령 3연임을 금지한 헌법 때문에 2008년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처지였다. 이때 박 전 대통령처럼 헌법부터 바꾸는 대신 제1부총리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는 우회로를 택했다.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보좌관 출신으로, 푸틴이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핵심 측근이었다. 2008년 메드베데프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푸틴이 총리를 맡았다. 실권은 푸틴이 쥐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 동안 메드베데프는 얼굴마담이자 여전히 푸틴의 충실한 측근임을 입증했다.

취임 반년 만에 메드베데프는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개헌안을 의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임기 연장의 과실을 누린 사람은 푸틴이었다. 2012년 푸틴은 다시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메드베데프는 푸틴 정권의 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반대 세력을 탄압한 푸틴은 2018·2024년 대선에서 연이어 압승했다. 2020년에는 헌법을 다시 바꿔, 자신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 2017년 3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북단 아르한겔스크 주에 속한 프란츠요제프 제도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메드베데프 총리. [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속으로 부러워할 법한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방식이든, 푸틴 대통령 방식이든 미국 최고 권력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길을 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바람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먼저, 3선 도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바꾸는 것은 현재 불가능에 가깝다. 헌법을 바꾸려면 연방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는 등의 절차를 거쳐 개헌안을 발의한 후 미국 50개 주의 4분의 3 이상인 38개 주에서 비준을 받아야 한다.

여당인 공화당이 민주당을 의석수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격차는 상·하원에서 각각 10석 미만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개헌선 확보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개헌선을 확보한다 해도 38개 주에서 비준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보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3선 도전에 반대하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공화당 의원으로 꼽히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지난해 10월 트럼프의 3선 도전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모든 당내 인사에게 3선 도전 찬성을 강제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처럼 3선 도전에 부정적인 여당 정치인들을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끌고 가 고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개헌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우회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중 하나는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 대통령 당선자를 사임하게 하고 대통령직을 승계하면 된다'는 것이다. 수정헌법 제22조는 대통령으로 2번 넘게 선출되는 것만 금지하는 규정이니 대통령직 승계는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나름대로 고심해서 짜낸 꼼수이지만, 트럼프의 부통령 출마 자체가 위헌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헌법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은 부통령직 자격도 없다고 수정헌법 제12조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대통령직 승계 2순위인 하원의장으로 선출한 다음 대통령·부통령 당선자를 사임시키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푸틴의 얼굴마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메드베데프 같은 인사를, 그것도 2명이나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2명이 대통령·부통령 당선 후 트럼프 지지자들 생각대로 순순히 사임할 것이라고 믿을 근거도 분명치 않다.

이래저래 트럼프 대통령의 3번째 집권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는 앞으로도 3선 도전 관련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누수를 줄이고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정 실패에서 여론의 관심을 일시적으로라도 돌릴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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