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AI시대 일자리 풍경①] AI에 밀려난 작곡가 "음악 관두고 택배기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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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일자리 풍경①] AI에 밀려난 작곡가 "음악 관두고 택배기사 합니다"

송채린 기자   한상진 기자
기사승인 : 2026-04-21 14:58:15
분야 가리지 않는 AI 일자리 위협
줄어든 일감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다수
"대량 실업,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
짧아진 지식의 반감기...개인 차원 대비 필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흔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AI로 인해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모두에게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빼앗기지만 누군가는 AI를 딛고 도약하기도 한다. KPI뉴스는 AI 시대 각기 다른 일자리 풍경을 취재했다.

"이제 시그널 음악으로는 먹고 사는 방법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박학기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학과 교수는 20일 K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인간의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수이기도 한 박 교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누구보다 직업 음악인의 현실에 대해 밝다. 

 

작곡은 AI가 빠르게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시그널 음악은 TV와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쓰이는 짤막한 음악이다. 과거엔 전문 작곡가들이 방송사나 프로그램 제작사의 의뢰를 받아 만들었다. 하지만 AI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누구나 AI로 만들 수 있다. 간단한 음원은 대부분 AI 손에 넘어갔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박 교수는 후배 뮤지션 A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A는 악기 연주로 얻는 수입, 그리고 방송용 배경음악 작곡료가 소득의 전부였다. 그런데 AI가 보편화하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 버틸수록 상황은 나빠지지만 했다. 더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음악을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은 거액의 대출을 받아 조그만 LP바를 차렸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인지도 있는 뮤지션을 빼고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음악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어 택배기사, 대리기사를 하는 후배들도 많다"고 말했다.

 

AI가 만든 음악의 질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수십 년간 음악을 해 온 박 교수조차 인정할 정도다. 게다가 음원 저작권도 없다. 갈수록 제작사·유통사들이 사람보다 AI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은 시그널 음악이지만, 앞으로는 점차 영역을 넓혀 드라마·영화 OST까지도 사람 손을 대체할 것이라고 박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유명한 음악 감독의 '명성'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제 굳이 사람에게 작곡을 의뢰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회계사도 AI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직종으로 꼽힌다. 황병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20일 KPI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AI를 활용하면서 회계법인에 일감을 덜 주고 있고, 회계법인도 신입 회계사를 덜 필요로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의 도입으로 신입회계사들의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빅4 회계법인(삼일, 삼정, 한영, 안진)'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회계법인들 역시 상당 부분을 AI로 대체하는 추세다. 황 회장은 "체감상 대체율이 40%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향은 꽤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1200명 합격자 중 직장을 잡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850명에 달한다고 황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신규 인원 규모가 연 700~800명 수준에서 400~50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했다.

 

AI의 일자리 위협은 디자인, 프로그램 개발, 광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진행 중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도 수많은 사연이 올라온다. △ 회사의 AI툴 적용으로 정리해고당한 B 씨(브랜드·콘텐츠 디자이너) △ 인원 감축 소식에 불안감을 느끼는 C 씨(6년차 개발자) △ 언제든 AI에 대체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는 D 씨(광고 전문가) 등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가 시차를 두고 점점 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신규 채용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1분기 월평균  15~29세 청년 취업자는 작년보다 15만6000명 줄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감소폭이 유독 크다. 청년층 실업률도 7.4%로 1분기 기준 지난 5년래 최고치다.

 

이후에는 기존 고용시장을 대체하는 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게 많은 연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 우리보다 고용시장이 유연한 미국에서는 지난해 기업의 해고 건수가 전년 대비 58% 급증한 120만 건을 기록했으며, 이 중 5만 건 이상이 AI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다양한 기술과 결합되면서 AI가 수행가능한 업무 범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대량실업 발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용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도 역시 "대량실업은 우리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미래"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지식의 반감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항상 새로운 지식에 안테나를 세우고 빠르게 학습하고 내재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송채린·한상진 기자 sc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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