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전력기기, 에너지고속도로 '40조' 날개…"LS·호반 분쟁은 패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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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기기, 에너지고속도로 '40조' 날개…"LS·호반 분쟁은 패권 다툼"

박철응
기사승인 : 2025-10-15 16:43:04
서해안 10조 이상, 전국 에너지고속도로 30조
글로벌 수요 넘쳐 美 관세 영향도 판매가에 반영
호반그룹, LS 지분 매입 "법적 칼날 쥐었다"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전력기기 산업이 '에너지 고속도로'로 또 하나의 막대한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2035년까지 매년 1조 원씩, 그 이후엔 3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수요가 넘쳐나 미국의 관세 영향도 판매가격이 흡수할 수 있는 '무풍지대'의 호황이 예상된다.

 

그런 만큼 LS그룹과 호반그룹의 분쟁은 전력기기 시장에서의 패권 다툼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지난 7월 30일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HVDC 변압기공장 기공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초고압직류송전(HVDC)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정부 예산과 민간 투자를 합하면 10조 원을 훌쩍 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1단계(~2027년) 기술 개발과 국산화 투자 규모는 1조2000억 원 △2단계(2027~2030년) 변환소·송전선로 착공 4조~5조 원 3단계(2030년대) 해저케이블 및 포설(깔아서 설치) 인프라 확충 2조~3조 원으로 집계됐다. 

 

유안타증권은 변압기,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케이블 시장의 연간 발주 규모가 2027~2035년 평균 1조 원 이상일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기업으론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대한전선, LS전선, LS마린솔루션 등이 꼽힌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호남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도권 등 전국에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송전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HVDC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대규모로 수백km 이상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차세대 송전 기술이다. 

 

서해안뿐 아니라 남해안과 동해안까지 대상을 넓혀 2040년대에는 전국적인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로 확장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이로 인한 투자 규모가 30조 원이라는 게 유안타증권 추정이다. 

 

이 증권사 손현정 연구원은 "전국 단위 에너지 고속도로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국내 HVDC 시장은 유럽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내수 기반 생산라인 확보와 수출 단가 경쟁력 강화, 글로벌 HVDC 프로젝트 진입 장벽 완화로 이어지는 산업적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사업이자 산업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과 환경부를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일 출범하면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체계를 개편하겠다"며 "탄소중립 산업을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력기기 산업은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사이클로 진입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지난달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는 미국 내 5개 부지에 모두 7기가와트(GW) 규모 전력을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단지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5000억 달러(약 710조 원)에 이른다. 

 

물론 미국발 관세의 영향은 피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전력기기 제품에 15%, 초고압변압기 등 일부 철강과 알루미늄 소재 제품에는 50%의 상호관세를 부과 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안타증권은 보고 있다. 손 연구원은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변압기 비중이 높아 명목상 관세율이 높지만 북미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자 우위 환경 속에서 대부분의 관세 비용이 판매가격에 전가되고 있다"면서 "두 회사 모두 미국 현지 캐파(생산능력) 증설을 진행 중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관세 리스크는 완화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파이가 커지면서 유력 기업들 간 분쟁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수년간 벌여온 특허침해 소송전에서는 LS전선이 지난 4월 승소했으나, 대한전선을 계열사로 둔 호반그룹은 지주사 LS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쟁의 핵심에는 2030년 추정 41조 원 규모의 (글로벌) 해저 케이블 시장 패권 다툼이 있다"면서 "호반그룹은 LS 지주사 지분을 최소 3% 이상 확보해 주주총회 소집권, 회계장부 열람권, 이사해임 청구권 등 '법적 칼날'을 손에 쥐었다"고 분석했다. LS그룹은 한진그룹, LIG그룹 등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우군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LS전선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조833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가량 증가했다. 대한전선도 같은 기간 7.2% 늘어난 1조7718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으로는 담합 혐의도 불거졌다. 이날 검찰은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는 한전의 GIS 구매 입찰에서 이 업체들이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해 차례로 낙찰받았다며 과징금 총 391억 원을 부과하고 고발한 바 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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