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중동 분쟁에도 경제 괜찮다고?...對EU 수출 등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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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에도 경제 괜찮다고?...對EU 수출 등 급감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4-10-28 16:53:34
해상 운송비 급증에 수출 기업 타격
정부는 "영향 제한적" 안이한 평가
분쟁 장기화로 시장점유율 축소 우려

"우리 경제와 관련된 원유 수급과 수출입, 공급망, 해운물류 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이 지난 26일 중동 사태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내린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우크라이나, 중동 지역 등 최근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외경제 불안 요인에 대한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으나, 기업의 피해 대응책 언급은 전해지지 않았다.  

 

▲ 지난 21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 마제흐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차량 잔해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뉴시스]

 

중동과 유럽 지역 교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수출 기업들이 정부 평가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9.3% 줄었다. 같은 기간 EU의 대(對)세계 무역 변화율(–4.3%)에 비해 5%포인트 더 낮다. 

 

올해 상반기 한국이 EU로 수출한 금액은 335억8670만 달러로 전년 동기(358만3620만 달러) 대비 6.3% 감소했다. 수입은 312억1250만 달러로 12.3% 줄었다. 

 

EU로의 수출 80.4%, 수입의 49.7%를 해상으로 운송하고 있다는 점에서 운임 상승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본도 대EU 교역 규모가 6.9% 감소했다. 반면 홍해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 미국(2.6%), 멕시코(0.6%), 캐나다(-3.0%), 브라질(-2.2%) 등 미주 주요 국가들의 대EU 교역액은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곧 EU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로의 수출은 지난 8월 16%가량 증가로 돌아섰고 지난달에도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 1~20일 수출액은 다시 8.9% 곤두박질쳤다. 

 

한국이 북아프리카로 수출한 금액도 지난해 상반기 13억98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2억5550만 달러로 10.2% 떨어졌다. 수입은 17% 이상 크게 줄었다. 이집트 천연가스가 88%가량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카타르와 나이지리아산 천연가스가 이를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 당사국 중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장 교역 규모가 큰데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37.8% 크게 줄었다. 2022년 12월 발효된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기대했던 교역 확대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EU로 향하는 해상 수출 운송 비용은 지난해 말까지 2TEU(표준 컨테이너 크기)당 252만 원 수준이었는데 올들어 급등해 지난 8월 800만 원에 육박했다. 중동 분쟁과 함께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인상 발표 후 수출입을 앞당기려는 수요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상 운송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기업들에게는 직격탄이다.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3분기 매출액 22조1764억 원으로 역대 3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519억 원으로 20.9% 급감했다. LG전자는 "불가피한 외부 환경에 기인한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이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연결기준(LG이노텍 포함)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6.3%에서 2분기 5.5%, 3분기 3.4%로 계속 낮아졌다. 

 

수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피해는 실제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수출 제조업체 4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업은 66.3%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의 피해 유형은 '환율 변동, 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가 가장 많고,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가 뒤를 이었다. 주로 EU와 중동 교역 기업들인데 홍해 운항 대신 남아프리카로 우회하며 물류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고역이다. 지금 수준의 영향이 지속되거나,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이 63%가량을 차지했다. 대응책으로는 절반 이상이 비용 절감을 꼽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여러 모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선 이후 미국 신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 이란 핵합의에 논의로 분쟁의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이나, 두 건 모두 단기간에 성사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홍해발 물류 교란은 수출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유럽 및 북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분쟁 장기화 시 현지 시장 점유율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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