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한국시장 어렵네'…사업 접는 외국계 보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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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어렵네'…사업 접는 외국계 보험사들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5-05-08 17:40:55
동양·ABL생명 매각되면 외국계 생보사 8개→6개
이탈 이어질 듯…한투·교보도 외국계 보험사 눈독

국내 보험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의 이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시장 포화, 저출산·고령화, 자의적인 금융당국 규제 등에 대응하기 어려워서 발을 빼는 것으로 여겨진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보험사는 총 23곳이다. 생명보험 분야에선 동양생명과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ABL생명, 처브라이프생명, 푸본현대생명, AIA생명 등 총 8개사다. 손해보험 분야에선 15개사가 영업 중이지만 대부분이 지점 형태다. 외국계 손해보험사 중 한국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인 곳은 AXA손해보험과 AIG손해보험뿐이다.

 

지난 2일 금융당국이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편입을 승인했다. 우리금융이 오는 7월 남은 절차를 마치면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6개로 줄어든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현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이번 매각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조만간 지분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인수후보로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 꼽힌다. 한투금융은 지난 3월 삼정KPMG를 실사 자문기관으로 선정하고 카디프생명 인수를 검토 중이다. 김남구 한투금융 회장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악사(AXA)손보 역시 교보생명에 인수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SBI저축은행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 전환에 시동을 건 교보생명과 한국 시장 철수를 오랜 기간 고려해 온 악사손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두 회사는 2020년과 2021년에도 매각 협상을 타진했던 적이 있는 만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시장 철수 사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재구성]

 

한때 국내에는 여러 글로벌 보험사들이 대거 진출해 각축전을 벌였다. 1987년 국내보험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네덜란드계 ING생명, 미국계 푸르덴셜생명, 독일계 알리안츠생명, 영국계 PCA생명, 홍콩계 AIA생명 등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로 이탈이 시작됐다. 2013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의 사업 철수가 신호탄이 됐다. 이후로 우리아비바생명(2014년), 알리안츠생명(2016년), PCA생명(2016년), 푸르덴셜생명(2020년) 등이 연이어 사업을 정리했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에 미국 시그나그룹이 스위스 처브그룹에 라이나생명을 넘기면서 한국 철수를 결정했다.

 

외국계 보험사 이탈 배경으로는 국내 시장의 성장성 한계가 지목된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낮은 시장에 굳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국내 보험시장은 저성장·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8% 달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라 나아질 가망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너무 강하고 자의적인 금융당국 규제도 외국계 보험사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여러 외국계 회사가 그동안 국내 보험시장의 제도 불투명성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업 특성상 장기 전략이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규제가 자의적이고 변화무쌍해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며 "본사의 특성을 살린 경영전략을 발휘하기도 힘들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떠나면서 국내 보험시장의 혁신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보험상품 혁신을 외국계 보험사들이 주도해 왔다는 지적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보험사들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규제 정책과 시장 여건이 필요하다"며 "혁신을 위한 건강한 보험 자본 구축과 보험사 규모와 성격에 따라 각각의 걸맞은 규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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