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입찰 '눈치보기'…2028년 착공 등 후속 일정 압박
글로벌 후속 원전 경합 우려…'신뢰도 회복' 최대 과제
한국형 원전의 유럽 첫 수출 사업인 27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프로젝트에서 '팀코리아' 공조에 균열이 생겼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공사비와 위험 분담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주설비공사 하도급 계약 협상 종료를 공식 선언하면서다.
약 8년간 이어온 수주 협력이 본 계약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수원은 새로운 시공사를 찾기에 나섰다. 기존 컨소시엄과의 기수행 업무 비용 정산과 성과물 인계도 남아 있어, 시공사 교체 과정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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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
30일 한수원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에 최종 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내년 1월 사업설명회와 4월 입찰공고를 거쳐 7월까지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두코바니 사업은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남서쪽으로 약 220㎞ 떨어진 지역에 1000MW급 신규 원전 2기(5·6호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는 약 27조 원으로, 한국은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추진 방침을 밝힌 2018년부터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적용 노형은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인 'APR1000'이다.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 건설 경험을 쌓은 'APR1400'과 달리, APR1000의 첫 상용 건설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한국 원전의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첫 건설 노형의 공사비·위험 분담 놓고 충돌
협상 결렬의 핵심은 공사비 산정과 위험 분담 방식에 대한 이견이다. 처음 건설되는 APR1000의 특성상 설계가 확정되기 전까지 실제 공사 물량과 비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한수원은 공사대금을 사전에 확정하는 '총액확정계약(Lump-sum)'을 추진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비를 고정하면 비용 증가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며 설계 변경과 물량 증가에 따른 추가 비용 정산 장치를 요구했다. 외부 검증을 통한 공사비 조정과 위험 부담 범위를 놓고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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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한수원 임직원들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한수원 제공] |
대우건설 측은 공사비 감액과 일정 수준의 위험 부담을 수용한 수정 제안서를 협상 시한 막판에 제출했지만, 약 30분 만에 일방적으로 결렬을 통보받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설계를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가 설계 변경과 물량 증가에 따른 손실까지 전적으로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정부는 15개월간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체코 측이 요구한 9월 말 시한도 지난 만큼 더는 결정을 미루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예정된 공사 일정을 지키기 위해 시공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년 7월 새 시공사 선정…계약 조건 조율이 관건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와 계약을 마친 뒤 2028년 1월 부지 준비공사, 2029년 11월 본공사 착공 일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일경 한수원 사업총괄본부장(부사장)은 "시공 계약 불발로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며 전체 프로젝트 수행에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공사비와 위험 분담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 기존 협상의 결렬 원인이었던 총액확정계약의 조건과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처리 방식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입찰 참여 업체에 공사비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과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약 조건과 사업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업체들이 참여에 신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컨소시엄이 확보한 현장 정보와 기술 자료의 인계, 새 시공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 설정도 필요하다. 시공사 선정 전까지 필수 설계·인허가 업무를 별도로 발주해야 하는 만큼, 관련 업무가 끊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비용 정산·성과물 인계 남아…갈등 장기화 우려
한수원은 대우건설 측의 연말까지 협상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공사 재선정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신규 입찰을 추진하는 동시에 법적 쟁점에 대한 대응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협상 종료 결정의 재고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수행한 업무에 대한 비용 정산과 성과물 인계 범위를 놓고 추가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신규 시공사 선정과 업무 인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측이 후속 절차를 얼마나 원활하게 마무리하느냐가 공정 차질을 줄이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 결렬은 향후 해외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한국 컨소시엄의 사업관리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원전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기술력뿐 아니라 참여 기업 간 책임 분담과 계약 이행의 안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체코 사업에서 시공사 교체와 후속 일정을 차질 없이 관리할 수 있을지가 향후 K-원전 수출의 신뢰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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