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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vs 물가상승...'설탕부담금' 찬반 근거 보니

유태영 기자
기사승인 : 2026-02-13 16:55:10
이재명 대통령 X에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 본격화
국내 1인당 설탕 공급량 WHO 권장량 3배 달해
의료계 "국민건강 위해 설탕부담금 도입 환영"
식품산업계·소비자단체 "소비자가격 인상 이어질 것"

이재명 대통령이 띄운 '설탕부담금' 도입을 놓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설탕부담금 도입으로 설탕 소비를 줄이고 국민건강 보험 재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쪽과 서민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에 "설탕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며 게시글을 올려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 설탕 공급량, WHO 권장량 3배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WHO(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하루 설탕 섭취 권장량은 50g인데, 국내 1인당 설탕 공급량은 약 140g으로 약 3배에 달한다. 콜라 355ml에는 약 39g, 에너지음료 250ml에는 약 27g의 설탕이 들어 있다. 하루에 콜라 두 캔을 마시면 권장량 이상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설탕부담금 또는 설탕세란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가당 음료 제조·가공·수입업자에게 당 첨가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고, 징수한 부담금을 비만 예방·관리 사업과 지역·필수·공공의료 등에 투입하는 것이다.


현재 노르웨이, 헝가리, 핀란드, 영국, 이탈리아 등 2023년 기준 120여개국에서 설탕세를 도입했다. 특히 영국은 설탕세 도입한 후 지난해 기준 과세대상 청량음료의 설탕 함량이 47% 감소하고, 설탕 함량이 높은 음료의 65%가 성분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체·소비자단체, 가격인상 우려 반대

식품업체와 외식업체 대부분은 설탕이 필수 원재료라 설탕부담금 도입은 곧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른바 '슈가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이는 곧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자극할 거란 지적이 소비자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식품산업계는 전반적인 제품 가격 인상을 우려했다. 지난 10일 열린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긴급토론회'에서 이상욱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은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를 억제하려는 정책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세금과 동일한 성격"이라며 "아무리 사용 목적이 명확해도 국민들은 세금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열린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토론회'에서 "소비자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음료나 과자값이 오르느냐'는 점"이라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건강 정책이 아니라 물가 정책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 설탕부담금 도입 적극 찬성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탄산음료들. [뉴시스]

 

지난 10일 열린 토론회에서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설탕 섭취가 비만·당뇨·심혈관질환 등과 연관돼 공중보건 차원에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설탕을 세금이나 부담금 형태로 규제하거나, 광고 규제·제품의 당 함량 저감 등으로 소비를 줄이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며 "WHO가 권고한 뒤 여러 나라가 이미 제도를 도입했는데, 우리나라가 아직도 도입하지 않은 건 늦은 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당 함량에 따라 3단계의 차등 부과방안을 제시했다. 100mL당 당류 5g 미만은 면세, 5~8g 구간에는 표준 부담금으로 리터당 225원, 8g 이상 구간에는 리터당 300원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건치회)는 지난 2일 설탕부담금 도입에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건치회는 "과도한 당분의 섭취는 비만을 유발하고 당뇨병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며,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며 "충치 환자의 숫자는 연간 600만 명을 넘어섰고, 충치치료비는 건강보험 진료비만으로도 2021년에 이미 연간 5000억 원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탕세로 마련된 기금은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건강증진과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한 공공의료, 지역의료의 강화와 설탕 소비의 감소를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수확보가 아니라 설탕소비 감소가 주된 목적이라면 가격정책인 설탕세와 더불어 비가격정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 판매 제한, 광고 제한, 경고문 부착, 등급표시제 실시 등의 아동청소년과 취약계층의 설탕 섭취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치들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법안, 설탕 함량 늘어날수록 부담금 누진

현재 국회엔 설탕부담금 관련 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탕부담금에 관한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지난 3일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첨가당 함량이 음료 100L 당 1㎏ 이하인 경우 100L 당 1000원을 부과하고, 함량이 늘어날수록 부담금도 누진적으로 늘어난다. 함량이 100L 당 20㎏을 초과한 경우 100L 당 2만80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낸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개정안은 첨가당 함량이 100ml 당 5g 이상 8g 미만인 경우 1L 당 225원, 8g 이상인 경우 1L 당 300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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