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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체 올라가지 않는 '사랑의 온도'

황정원
기사승인 : 2018-12-21 17:44:52
경제적 여유 없고, 기부 단체 신뢰 떨어져 기부 줄어
전문가 "세제혜택 넓히고, 문제 단체들 적극 적발해야"

경제적 불황에 기부 단체 불신이 겹쳐지며 연말 기부가 줄고 있다.  


21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희망2019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1507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4%에 불과하다. 목표액인 4105억원에 도달할 경우 100도를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36.7도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비슷한 시기 수은주가 39.9도를 가리켰던 것에 비해 3도 이상 낮다.

 

▲ 지난 20일 '사랑의 온도탑'의 모습 [황정원 기자]


2000년 사랑의 온도탑이 처음 세워진 이후 목표치인 100도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설치 첫해인 2000년과 공동모금회 부정비리 사건이 터졌던 2010년 단 두 번뿐이다. 작년 ‘희망 2018나눔캠페인’은 마지막 날 가까스로 목표액 4051억원을 달성했다.

구세군 모금액도 대폭 줄었다. 지난 20일 구세군 자선냄비는 11월30일부터 12월12일까지 전국 모금액이 15억7968만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6103만원이 모금된 것에 비해 약 33% 감소한 수치다.

 

지난 2월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6.7%에 불과했다. 2011년 36.4%에서 9.7%P나 감소한 수치다.  

기부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력 여력이 없어진 탓과 함께 기부 단체에 대한 낮은 신뢰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전국 성인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기부경험이 없다고 답한 사람 중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가 57.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기관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라고 답한 비율이 23.8%였다. 이는 전년 대비 5%포인트 오른 수치다. 기부한 금액의 사용처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알고 있지 않다'는 응답자도 절반 이상인 61.7%로 나타났다.

직장인 A(34)씨는 "여유도 없고 기부단체를 신뢰하는 편이 아니다. 기부금으로 직원들 월급으로 주거나 횡령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B(53)씨도 "기부단체를 신뢰 안하는 이유는 투명성 때문"이라면서 "마치 교회 헌금처럼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데 내 돈을 어떻게 기부하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에는 최근 몇 년 간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유용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공동모금회 내부 비리 사건 외에도 2014년부터 최근까지 불우아동 돕기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사건, 지난 2015년 광주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착한 사람들의 모임' 회장이 기부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건, 딸 희귀병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후원금 13억원으로 호화생활을 한 '이영학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건들의 원인으로는 상당수 기부단체의 기부금 모금액과 사용실적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이 꼽힌다. 법적으로 공익단체여도 자산총액이 5억원 미만이거나 수입금액과 해당 사업연도에 출연 받은 재산의 합계액이 3억원 미만이면 결산서류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사회복지법인, 장학재단, 종교법인 등은 법인세법시행령에 따라 공시의무 부과대상이 아니다.  

 

▲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사랑의 온도탑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정병혁 기자]


전문가들은 세제혜택을 넓혀 기부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기부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하는 단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발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름다운 재단 연구교육팀 관계자는 "2014년에 기부금에 대한 공제체계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혜택이 줄어들었다. 전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도 낮은 상황이므로 세제혜택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잘 알려지고 규모가 있는 기관들은 모금액수와 사용실적 정보 공개 등 정부의 제도적 가이드를 잘 따르고 있다"면서 "기부금 영수증 허위 발행 등 법적 가이드라인을 안 지키는 기관들을 확실하게 골라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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