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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유·무죄 판단, 무엇이 갈랐나

장기현
기사승인 : 2019-02-01 16:50:33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 신빙성 여부 및 '업무상 위력' 견해 달라
항소심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충분한 '무형적 위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결은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여부 및 '업무상 위력'에 대한 견해에 따라 무죄와 유죄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김지은씨가 보인 여러 행동이나 말을 근거로 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본 1심과  달리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자 여성 시민단체 회원(오른쪽)이 "안희정 유죄"를 외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 예로, 첫 번째 성관계가 있던 2017년 7월 러시아 호텔에서의 사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내용도 당시 오간 말과 행동 등 상황과 당시의 감정 등을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씨로부터 피해 호소를 들은 증인의 진술도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김씨의 진술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동의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당시엔 김지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김씨가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는 점 등을 볼 때 합의 하에 성관계로 나아간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황이 발생한 이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김씨의 의사에 반해 간음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씨의 지위 등으로 미뤄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도 납득할 만하고,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두고 1심은 김씨가 다음날 안 전 지사의 식당을 찾고 저녁에는 와인바에 가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며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또 김씨가 피해를 호소한 증인의 진술에도 차이가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했다"며 배척했다.

성폭행 사건에 앞서 러시아에서 일어난 최초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판단에서도 김씨 주장의 신빙성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불명확한 증언을 하고 있다"고 한 1심 판단과 달리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김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1심은 김씨로부터 피해 호소를 들은 증인의 진술에 부정확하거나 바뀐 부분이 있는 것도 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근거로 댔지만, 2심 재판부는 "전체 진술에 비춰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였다.

아울러 "눈에 띄는 장소에서 강제추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피해자의 진술을 납득할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사건 상황을 종합해 보면 기습적 추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두 사건 이후로 벌어진 여러 차례의 간음·추행 혐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이어갔다.

일부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 자체로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이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업무상 위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구체적인 시기나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1차례의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하고 9개의 혐의는 모두 김씨 주장을 토대로 유죄로 판단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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