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르포]"'도봉순' 보고 '참이슬' 먹었죠"…필리핀 파고든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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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봉순' 보고 '참이슬' 먹었죠"…필리핀 파고든 소주

유태영 기자
기사승인 : 2025-05-28 09:00:22
K드라마 인기 타고 소주 선호 높아져
현지화 마케팅 총력...요구르트 섞어 마시는 문화도

"'힘쎈여자 도봉순'(Strong Girl Bong-soon) 드라마에서 소주 먹는 장면을 보고 나서 '참이슬'을 마시기 시작했죠."

지난 22일(현지시간) 필리핀 마카티(Makati) 지역에 위치한 'S&R 멤버십 쇼핑' 매장에서 한 30대 소비자가 한 말이다. 

 

▲ 지난 22일(현지시간) 필리핀 마카티(Makati) 지역에 위치한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쇼핑카트에 진로 소주 제품을 담아놓은 모습. [유태영 기자]

 

필리핀 주류 시장은 전통적으로 브랜디와 맥주 중심이었다. 소주는 물론이고 일본 사케도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데 K드라마가 필리핀 내 주류 시장에 한국 소주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마닐라 현지에서 만난 소주 소비자들은 'K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S&R 구매담당자 니코(35세)는 "10년 간 매장에서 소주를 판매했는데 K드라마 인기를 타고 최근 몇 년간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다른 주류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고 다양한 과일맛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하이트진로의 유통망 혁신이 적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주의 대중화를 위해 기존 한인 중심 유통망에서 벗어나 현지 소매와 도매 유통을 확대했던 것이다. 필리핀 주류 시장의 절반가량을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퓨어골드, SM 슈퍼마켓, 세븐일레븐 등 접근성 높은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다각화했다.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 '프리미어 와인 앤 스피릿'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국 400여 개 유통 거점을 기반으로 가정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필리핀 전역에 진로 소주를 유통하는 K&L과 협업해 한국 식당과 편의점에도 소주병을 속속 채워넣었다.

강정희 K&L 대표는 "1980년대 아버지가 처음 필리핀 시장에 소주를 들여왔을 당시엔 일본 사케만 알려져 있었다"며 "2010년대까지도 한인 위주로 판매되고, 현지인들이 소주를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9년에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이 세워지면서 유통과 마케팅이 체계화되고 시음 행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며 "이젠 필리핀 내 4000여 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모두 진로 소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선 K-푸드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곁들여 마시기 좋은 소주 소비량이 함께 증가하는 측면도 있다. 

22일 저녁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지역의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 매장에서 만난 안나(26세)는 "가족이 모이는 날이나 생일에 소주를 같이 마신다"며 "소주가 맥주보다 더 단맛이 나 음식이랑 같이 먹을 때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과 하이트진로 자체 수출 실적을 종합하면 진로의 지난해 필리핀 소주 시장 점유율은 약 67%로 파악된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 매출은 설립 첫해인 2019년 9000만 원에 수준에서 지난해 약 110억 원까지 성장했다.

진로는 소주의 현지화에 중점을 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의 대표 음주 문화인 풀루탄(Pulutan, 음식과 곁들인 음주), 비디오케(Videoke, 노래방과 음주의 결합)와 어울리도록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필리핀 소비자들이 달콤한 맛을 선호한다는점을 감안해 소주에 요구르트, 커피 등과 혼합해 즐기는 '팀플라도(Timplado)' 칵테일 방식도 확산 중이다.

퓨어골드(Puregold) 파라냐케점에서 만난 졸로(23세)는 "소주를 요구르트와 섞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요구르트 1개에 소주 1병을 섞어서 마신다"고 했다.

 

▲ 22일 퓨어골드(Puregold) 파라냐케점에 요구르트와 소주가 함께 진열된 모습. [유태영 기자]

 

실제로 매장 내 요구르트가 진열된 곳엔 진로 소주 제품들이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마리 필 레예스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 MD는 "과거에는 과일 소주의 인기가 높았는데, 요즘은 레귤러 소주가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SNS에는 인플루언서들이 요구르트나 맥주를 소주와 섞어서 마시는 문화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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