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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사이클' 전력 산업, 中 경기부양책 '날개'까지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4-09-26 17:10:32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 증가 기대
"정주영, 이병철 지금 있다면 전력 산업 키웠을 것"
부진한 철강업도 수혜 기대

AI 시대와 맞물려 호황을 보이는 전력 기기 산업에 또 하나의 '날개'가 붙여졌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그만큼 매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진한 철강업에도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9602달러로 2.93% 치솟아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에도 0.17%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다. 

 

▲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HVDC 전용 공장 전경. [LS전선 제공]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는 구리의 가격은 경기 변동을 예측하는 주된 지표로 여겨진다. 미국의 '빅컷' 금리 인하에 이어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4000억 원)을 공급하겠다고 하자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구리가 쓰이는 대표적 업종이 전선 등 전력 관련 산업이다. 세계 최대의 케이블 제조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은 글로벌 구리 생산량의 2~3%를 소비할 정도다. 전력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판매가에 연동한다. 이 때문에 매출과 주가가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국내 전력 업계로서는 또 하나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전력 기기 3사인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레트릭의 합산 수주 잔고는 2020년 말 4조9000억 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20조 원으로 급증했다. 또 LS전선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3조36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오는 2030년 연매출 10조 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최근 제시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노후 전력망 교체 등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 배경이다. 한국 전력 기기 업체들의 미국 수출 비중은 2018년 15%에서 지난해 32%까지 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데이터센터 증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전기화 흐름 등으로 전력 수요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북미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변경 가능성에도 전력 수요 증대라는 장기적 대세를 꺾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적 호조가 장기화될 수 있는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미국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세는 국내 업체의 중장기적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지난 3월 기준 미국에만 5381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미국 전력 소비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였는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에 7.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베트남에서 열린 전력 관련 전시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현 시대에 살아있었다면 전력 산업을 먹거리 산업으로 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반도체, 배터리 같은 한국의 주력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장 성장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기부양책으로 철강업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 24, 25일 중국 열연 제품 가격은 4%가량 상승했고 현대제철 주가도 10%가량 치솟았다. 이 증권사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달러 약세를 보이고 전세계 구리와 아연 수요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가 회복되면 비철금속 가격의 우상향 방향성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2015년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철강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 지표가 호전됐다는 점을 들어 기대감을 표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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