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칼럼] 서울시 제로페이에서 손혜원의원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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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서울시 제로페이에서 손혜원의원을 보다

오다인
기사승인 : 2019-01-24 16:29:14
취지 좋지만 석연찮은 의혹 잇따라
선의에 대한 불신보다 절차상 문제

선의로 무장한 제로페이가 지난달 20일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한달여가 흘렀다. 시민들은 여전히 잘 모른다.

그래서일까. 24일 서울시청에서 제로페이 국민운동본부가 발족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새마을운동 같은 것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의원이 발족식 축사에서 직접 '새마을운동'이라고 인용했다.


발족식은 소상공인인 우리부터 제로페이를 열심히 쓰자고 결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유관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결연하게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 자리에서 한 유관단체 대표는 "가열차게 행동해 제로페이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또 다른 유관단체 대표는 "발족식을 계기로 전사가 된 느낌으로 함께 해나가자"고 역설했다. 

 

이들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낮아져 제로페이의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제로페이가 도입되면 더 이상 카드사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제로페이를 확산시키자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세한 소상공인 편에 서서 정책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이들 대표들로부터 거듭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무대에 선 박 시장은 "앞으로 제로페이를 쓰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한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로페이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기념사를 했다.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는  "여러분들의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이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그런데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제로페이 발족식에서 과거 독재의 징후가 언뜻언뜻 스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훌륭한 취지의 사업에서 왜 석연찮은 의혹이 반복해서 포착되고, 또 해소되지 않는 것일까. 혹시 그 이유가 '우리가 하는 일은 선한 것'이라는 독선에서 비롯됐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왕에 도입된 제로페이가 훌륭한 취지만큼 잘 정착해 소상공인의 팍팍한 삶이 더 나아졌으면 한다. 그렇지만 지난 4개월여 제로페이를 취재해 온 기자로서 추진 과정상의 꺼림칙한 부분들은 묵과하기 어렵다.

 

제로페이는 실효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사업추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있었다. 기본계획을 특정인에게 수의계약으로, 또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쪼개기를 통해 발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자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해당 사업자의 이력과 선정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끝내 밝히지 않았다.

또 제로페이의 투자사업심사 의뢰서가 뒤늦게 제출돼 총사업비 없이 추가경정예산부터 받아간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시 담당자는 "시에서 제로페이를 계속 담당하게 될지 몰랐다가 이후 전체 예산이 결정됐다"는 식의 답변을 내놨다. 이처럼 제로페이는 그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절차상의 문제를 여럿 남겼다.


최근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손 의원은 "왜 제 말을 믿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투기가 아니라 문화재 보존이다. 사익이 아니라 공익이다. 여러 차례 호소인지 분통인지 모를 목소리로 역설했다.

손 의원이나 박 시장이나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선량한 마음을 믿는다. 그러나 언론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의도의 순수성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것이다.  공인인 국회의원이 무더기로 건물과 땅을 사들인 건, 아무리 의도가 좋았더라도 절차가 부적절하다.

 

▲ 오다인 기자

어느 핀테크(금융IT) 전문가는 제로페이 수준의 공공사업은 기본계획 수립에만 최소 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울시는 불과 2개월 만에 끝냈다. 속전속결이다. 

 

시민들은 아직도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나아가 제로페이의 총사업비가 100억원이나 책정됐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제로페이도 그렇고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관련 문제도 마찬가지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속전속결로 밀어붙여도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취지라면 사실 더욱 투명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하는 게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서울시와 손혜원의원은 지금이라도 '사사로움이나 그릇됨이 없이 정당하고 떳떳하게 일하라'는 공명정대(公明正大)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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