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지배구조 개혁법 눈앞, 재계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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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혁법 눈앞, 재계 '발등에 불'

박철응
기사승인 : 2024-09-27 17:29:30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더해 '공정 의무' 추가 발의
민주당 당론 채택 움직임...재계 "사법리스크 가중"
정부 입장 불투명..."더 고민하고 있다"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배구조 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사가 '회사'에 충실토록 한 의무 조항을 '주주'로 넓혀 대주주를 견제하는 법안이 대표적인데, 집중투표제 활성화와 이사 보수 산정시 주주총회 결의 등 근본적인 변화책들이다. 국회 통과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재계 의견을 받아들여 또 한 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치 않는다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6일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지난 26일 이사가 특정 주주나 이해관계인이 아닌 총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할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발의된 다수 법안들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회사와 계약 관계를 체결한 이사에게 직접적 법률관계가 없는 주주 이익 대변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법 전공 교수 1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2.6%가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개정안에 반대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이미 소수 주주 보호 조항이 있고 회사법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배임죄 처벌 완화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공정 의무'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포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투자 대신 주주 이익을 위해 배당을 해야 하느냐는 식의 지적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민주당 김현정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충실'과 '공정' 의무를 어떻게 조합할 지만 남은 셈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7일 JTBC 유튜브 방송에 나와 "재벌 대기업들 눈치 보느라고 (상법 개정을) 못 했던 것"이라며 "상법 개정에 대해 민주당은 공감이 돼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과 협의해 빠르게 입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소액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법안 제정 논의에 즉시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투표와 위임장 도입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유예 여론이 많은 금융투자소득세에 앞서 상법 개정안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으로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 18명은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과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원내지도부에 제출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오는 12월9일까지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다수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는 초반부터 테이블에 올랐다. 무엇보다 정부도 증시 밸류업과 소액 주주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다르다. 

 

재계는 몸이 달을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날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상법 개정에 신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유봉석 네이버 대표 등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의 경우 이사의 경영 판단 관련 사법리스크를 가중시켜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한 결정을 막아 밸류업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기업들도 취지에 공감하고 변화의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다만 현실적 부담을 감안해 논의의 초점이 규제보다는 자율과 인센티브, 전반적인 금융시장 투자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 의석 비율과 민주당의 의지를 감안하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다. 금투세에 비해 일반 투자자 반발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결국 재계 입장에서는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 거부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는 원론적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각론에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관훈토론회에서 이사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해 "결론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상법 체계라든지 판례 이슈가 있어 경제관료들이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법률전문가 의견도 있어 조금 더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법사위 박동찬 전문위원은 상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사가 주주와의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이사 충실 의무가 상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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