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2억을 더 내라네요"…대통령 나선 '지주택' 문제, 8만명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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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을 더 내라네요"…대통령 나선 '지주택' 문제, 8만명 고통

설석용 기자
기사승인 : 2025-07-16 17:03:28
전국 사업장 618곳 중 30% 갈등 상황
갑자기 늘어난 공사비, 금융 리스크는 조합 몫
표준계약서 도입 등 합리적 절차 도입 전망

"추가 분담금이 느닷없이 2억 가까이 늘었습니다. 막막하기만 합니다."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조합원 A 씨는 16일 KPI뉴스에 하소연을 늘어놨다. 지난해 말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600억 원이나 공사비를 증액했다는 것이다. 조합은 "건설사가 갑의 위치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주택에 대한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두 차례나 지적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지주택 관련 민원인 질문을 받은 뒤 "이미 실태 조사와 가능한 대책 마련을 지시해 검토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기며 정부가 지주택 제도에 대한 개선 작업을 벌이는 것은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져 왔기 때문이다. 제도가 생긴 지 45년 만이다. 

 

대구의 또 다른 지역 지주택 조합원 B 씨는 "추가 공사비가 40%까지 올랐고 2차 부담금까지 1억~2억 원을 납부했는데도 공사가 중단돼 있다"며 "건설사가 또 추가적인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 입주한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의 지주택 조합원들은 일반 분양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서희건설은 2964억 원에 시공계약을 맺었지만 두 차례 인상을 요구해 공사비가 3447억 원까지 올랐다.

당시 조합 측이 "추가 분담금 면제 조건으로 시공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제 와서 공사비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반발했지만 소용 없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업비 증가, 대출 이자 부담 등의 피해는 조합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2017년 김포시 시우동 지주택 사업으로 추진됐던 '통합사우스카이타운' 건설은 추가 분담금과 토지 소유권 분쟁 등으로 중단됐다. 조합원들의 분담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됐다.

고양시 일산 풍동 2지구 공동주택 사업도 업무대행사와 용역업체 등의 횡령 문제가 불거져 법적 공방에 휘말렸다. 8년여가 지난 최근에야 착공 준비에 들어가려 한다. 

 

▲ 아파트 건설현장. [KPI뉴스 자료사진]

 

지주택은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1채 소유자가 가입할 수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선 사업 부지 8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서가 필요하다. 지자체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토지 소유권을 95%까지 확보해야 한다.

 

또 조합은 주택건설 예정 세대수의 50% 이상을 조합원으로 구성해야 하고 그 숫자는 최소 20명이 넘어야 한다. 건설사 입장에선 공급 세대 절반 이상을 분양 물량으로 확보하는 셈이다.
 

지주택 조합은 자체적으로 사업을 시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청약 통장도 필요 없어 접근이 쉽고 동과 호수 지정이 일반 청약보다는 수월하다. 특히 설계나 입지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폭도 크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생기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건설사가 공사비나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할 때 대응이 쉽지 않다. 금융 리스크의 피해는 모두 조합으로 돌아가게 된다. 토지 매입과 건축허가 등 기초 인허가 절차부터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 속도도 더딜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618개 지주택 사업장 현장에서 30%(187곳) 정도는 갈등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조합원 수가 26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8만 명가량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 절반 정도인 316곳은 조합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고 모집 신고 후 3년 이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조합도 208곳이나 된다.

 

이 대통령의 제도 개선 지시에 따라 국토부는 '지역주택조합 분쟁사례 분석 및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 전 단계에 걸친 운영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주요 분쟁 원인과 해결 과정을 분석해 제도 개선 방향을 잡으려 한다. 

 

주택법령, 조합규약 등 관련 규정의 실효성과 미비점을 분석해 관련 법률도 정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표준가입계약서 및 표준공사계약서 마련, 표준규약 개선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토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표준계약서 도입 △공사비 검증제 의무화 △분쟁조정위원회 도입 △과도한 공사비 청구 기업에 페널티 부과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관련 법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지난 11일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일정 비율 이상 공사비가 증액되거나, 일정 수 이상이 동의하는 경우 전문기관에 검증을 요청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주택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워낙 많아 대형 건설사들을 꺼린다"며 "감시 기구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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