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갈 길 먼 '생산적금융'…은행 대부분 주담대 증가율이 中企대출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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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생산적금융'…은행 대부분 주담대 증가율이 中企대출 웃돌아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6-02-10 17:24:58
하나은행만 주담대 증가율이 中企대출 하회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유독 더 냉랭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핵심은 '생산적 금융'이다. '지대추구'의 상징인 부동산으로 쏠리던 돈의 흐름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적 산업으로 대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먼 모습이다. 단적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KPI뉴스가 4대 시중은행 자료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3조3000억 원으로 전년 말(106조1000억 원) 대비 6.8%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45조 원에서 149조8000억 원으로 3.2% 증가에 그쳤다.

 

▲ 4대 시중은행은 대부분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이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KPI뉴스 자료사진]

 

신한은행은 작년 한 해 동안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1조5030억 원에서 74조1875억 원으로 3.8%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 증가율(3.2%)을 0.6%포인트 상회했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25조1220억 원에 그쳐 전년 말(133조4360억 원) 대비 6.2% 줄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20조6440억 원에서 128조1160억 원으로 6.2% 증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업 분야 대출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며 "오히려 제조업 분야 대출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코 생산적금융에 소홀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작년 한 해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4.9%)이 중소기업대출 잔액 증가율(5.5%)을 밑돌았다.

 

4대 시중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유독 더 차가웠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소상공인·자영업자대출(소호대출) 잔액이 43조4400억 원으로 전년 말의 49조6540억 원보다 12.5% 감소했다. 국민은행도 0.3% 줄었다.

 

하나은행은 소호대출이 늘긴 했으나 증가율이 매우 낮았다. 작년 한 해 57조6540억 원에서 58조1110억 원으로 0.8%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소호대출 잔액 증가율이 2.5%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으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3.8%)에 비하면 1.3%포인트 낮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을 바짝 조이고 기업대출을 장려했다. 그럼에도 아직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이 더 높은 이유에 대해 한 시중은행 임원은 "상반기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부진했던 영향"이라며 "올해는 연초부터 은행들이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으므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생산적 금융'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원래 금융의 본질이 생산적 금융이다. 문제는 은행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현재 금융시스템 자체가 비생산적 대출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실무자는 "편리함과 안정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의 매출, 이익, 재무상태 등을 평가하고 미래에 대해 예상하는 작업은 꽤 힘이 많이 든다. 대기업보다 이익이 적고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중소기업은 더 평가하기 어렵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잡은 뒤 차주의 소득에 맞춰 빌려주면 된다. 은행 입장에서 훨씬 편안한 작업이다.


연체율도 주택담보대출이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0%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8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은행도 기업이다. 도덕 기준이 아니라 이익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주택담보대출은 편하고, 안전하고, 리스크도 적은 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은 평가 비용이 크고, 실패하면 책임은 은행이 진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생산적 금융'을 외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게 중론이다.

 

은행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은행은 산업별 애널리스트를 조직하고, '대출 심사부서'를 '기업분석 조직'으로 바꾸는 등 기업평가 능력을 키워야 하지만, 정부도 생산적 금융 실적을 금융지주 경영평가·CEO 연임 기준에 적극 반영하는 등 '당근'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적금융 확대를 위해선 은행이 대출보다 투자에 진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출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적이나 투자는 성공하면 몇 배 수익 창출도 가능하므로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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