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박희준의 사각사각] 가상자산 과세 유예론…청년은 '룰'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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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의 사각사각] 가상자산 과세 유예론…청년은 '룰'에 분노한다

박희준 논설위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10-30 17:08:57
3차례 미룬 가상자산 과세 또 유예론
찬반 팽팽…준비 부족 대 정책 신뢰
청년 민심 탓에 유예라면 번지수 틀려
청년 분노 세계적…한국 청년들도 좌절
가족 배경이 갈라놓은 청년들의 출발선
소액 투자자 지키고 출발선 격차 줄여야

가상자산 과세가 또 미뤄질지 관심이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과세 근거가 마련된 이후 3차례 유예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가상자산사업자와 간담회를 열고 늦어도 11월 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업계는 가상자산 산업이 초기 단계라는 점 등을 들어 유예를 요청했다고 한다. 일정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과세가 이뤄지므로 시간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찬반은 팽팽하다. 어느 쪽 논리도 가볍지 않다. 유예론 근거는 준비 부족과 형평성이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 지갑에만 투명하게 과세하면 공정하냐는 지적이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 거래는 파악조차 어렵다. 한 해 벌고 이듬해 잃으면 두 해를 합쳐 남는 게 없는데도 번 해 세금은 낸다. 손실을 넘겨 공제할 수 없어서다.

과세 찬성 쪽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든다. 이미 법으로 정한 것을 또 미루면 정책 신뢰가 흔들린다는 우려도 있다. 여당 안에서도 3번이나 미뤘으니 이제 과세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행을 불과 2개월 앞두고 해묵은 논란이 재연된다는 게 유감이다. 일부 호사가 분석대로 청년 민심을 우려한 탓이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청년층에서 낮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기는 하다. 여기에 가상자산 세금까지 얹으면 청년층 분노가 어떨지 뻔하다.

그렇더라도 혹여 청년 민심을 우려해 논의하는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한다고 해 청년층 민심이 바뀔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청년층 분노는 세계적 현상이다. 프랑스에서는 한 달 이상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 근교 한 고교에서 교사 부족과 낡은 시설에 항의하며 시작한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불만은 학교를 넘어 고물가와 긴축 예산, 경찰 강경 진압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네팔에선 소셜미디어 차단에 항의한 청년들 앞에서 총리가 물러났다. 마다가스카르와 모로코에서도 청년들이 정전·단수와 보건 예산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대체로 높은 실업과 불평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좌절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취업자는 47개월째 줄었고 고용률은 29개월 연속 하락세다. 긴급복지 지원을 받은 20·30대는 3년 새 38%, 개인회생을 신청한 20·30대는 4년 새 32% 늘었다. 그래도 거리로 나서기보다 자기 탓으로 돌리며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들이다. 안타깝게도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출발선에 서 있을지 모른다.

얼마 전 아내가 아들 중학교 친구 엄마들과 10년 넘게 유지한 모임에 갔다 와서 "딴 세상 이야기를 들었다"며 놀랐다. 20대 후반이 된 청년들이 벌써 상당한 부를 통장에 쌓아두고 있었다. 부모가 준 용돈으로 생활하면서 아르바이트비와 장학금, 군 복무 월급, 심지어 취직한 뒤 월급까지 꼬박꼬박 모은 것이다. 그렇게 모은 3억원에 부모가 4억원을 보태고 사위 쪽이 7억원을 마련해 14억원짜리 강남 전세를 얻어 내년 1월 결혼하는 20대도 있다. 결혼 때 세금 없이 줄 수 있다는 1억5000만원을 마련해 주지 못해 죄지은 듯한 부모들을 뼈 때리는 사례다.

최근 '한국사회정책'에 실린 논문 '누가 기다릴 수 있는가? 가족자원과 청년 노동시장 이행의 불평등'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34세 시점에 정규직이 될 예측확률이 가구소득 1분위(하위 10%) 23%, 5분위 79%, 10분위(상위 10%) 94%로 달랐다. 부모 가구소득에 따라 청년이 정규직 첫 일자리로 옮겨갈 확률이 4배 넘게 차이 나는 것이다. 서울 한남3구역에서는 2018~2021년 토지를 증여받은 이 중에 10대 이하가 22명이라는 뉴스타파 분석도 있었다. 세율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출발선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청년이 분노하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룰이다. 가진 쪽에는 대를 물려 쌓아 올릴 길이 열려 있는데, 그렇지 못한 쪽은 열심히 모은 투자 수익에 고지서만 날아든다고 느낀다.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 중 20·30대 비율은 44% 정도다. 40대가 27%로 가장 높다. 금융정보분석원·금융감독원의 올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다. 지난해 8월 보도된 금융감독원의 국회 제출 자료로는 5대 거래소에서 10억원 넘게 보유한 1만810명 중 20·30대는 1304명으로 12%에 그친 데 비해 50대가 39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용자 수로는 청년이 많아도 10억원 넘게 가진 이는 대부분 청년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과세 유예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하는 길을 열고 기본공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이 먼저다. 그러면 거액 수익에는 과세하면서 소액 투자자는 지킬 수 있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 같은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이재명 정부도 청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월 비서실장 직속으로 청년미래비서관실을 신설했다. 주거, 임금, 복지뿐 아니라 기회의 공정성까지 모든 부문을 세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청년미래비서관은 수시로 현장을 찾아 청년과 대화하며 해법을 모색하기 바란다. 대통령도 청년들을 자주 만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청년이 묻는 것은 세금을 내느냐가 아니다.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느냐다. 가상자산 과세를 또 미룬다고 청년 민심이 돌아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원칙대로 과세하되 소액 투자자는 지키고,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그것이 번지수를 제대로 짚는 일이다.

  

▲ 박희준 논설위원

 

KPI뉴스 / 박희준 논설위원 ph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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