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노인들에겐 '가깝고도 먼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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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겐 '가깝고도 먼 스마트폰'

황정원
기사승인 : 2018-10-09 10:08:22
보급 늘었지만 은행, 열차 표 등은 '오프'로
전문가 "사용 환경 개선과 교육 확대 필요"

"우린 그런 거 안 해. 돌아서면 까먹기도 하고. 다 늙어서 무슨…."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A(80)씨는 손사래를 쳤다. 그의 한쪽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통화와 문자메시지 용도로만 쓰인다. 회사에 다니는 손주가 이번 추석에 '카카오톡'을 깔아줬지만 여전히 익숙지 않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노인이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다. [김이현 기자]

 

노인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3세 이상 스마트폰 이용률은 87.8%다. 이 가운데 60대는 10명 중 8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15% 올랐다. 70세 이상에서도 14.9%에서 29.8%로 약 두 배 상승했다.

 

▲ 2017년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이용실태 [한국인터넷진흥원 제공]

 

그러나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노인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모바일·컴퓨터 이용능력을 의미하는 디지털정보화역량 수준에서 50대는 국민 평균의 80% 수준이지만 60대는 34.3%, 70대 이상은 8.5%로 급격히 떨어진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실질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셈이다.

 

▲  2017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 정보화 수준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특히 금융, 교통 등 일상과 밀접한 곳에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뚜렷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연령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 지난해 6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10명 중 2명(19.9%) 수준이었다. 70대 이상은 6.4%에 불과했다. 30대와 40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 2017년 연령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제공]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선 75세 이상 고령자의 97.8%가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답했다. 이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과 '영업점 방문'을 가장 선호했다. 그러나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용 대수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2년 새 10% 넘게 감소했다. 구역별 점포 수 및 ATM 수가 줄어들면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금융 거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속버스나 기차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승차권(QR코드)을 예매하면 시간에 맞춰 나가 곧바로 탑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대면 거래의 증가에 따라 고령층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예매하는 표가 많아지는 만큼 더 줄어든 표를 매표소에서 기다려서 사고, 다시 기다려서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사람들이 기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매표소에 서 있는 모습 [황정원 기자]

 

서울역 매표소 앞에서 만난 B(72)씨는 "코레일 어플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기차표는 항상 현장에서 기다렸다가 구매해 왔다"고 말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C(69)씨도 "스마트폰에 인터넷 뱅킹이나 버스표를 구매할 수 있는 어플은 없다. 카카오톡만 주고받을 뿐"이라고 했다.

 

▲ 지난 4일 오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노인들이 버스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이현 기자]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D(56)씨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버스로 와서 바로 카드결제를 하거나 매표소에서 표를 끊는다"면서 "젊은 사람들처럼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활용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익숙해지면 잘 하시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헤매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이 젊은 세대 위주로 맞춰져 있다"면서 "해외의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는 노인 소비자를 위해서 사용 설명서가 크고, 쉽게 정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연령이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맞춤형 기능이 필요하다. 모듈의 다양화를 통해 노년층의 스마트폰 사용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고 있는 노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를 가르쳐 줄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곁에 있는 이들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 노인복지관 등에서의 교육이 도움이 된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D(80)씨는 "스마트폰 어플로 버스와 기차, 항공권 예매 등을 활용한다"면서 "인터넷 뱅킹도 하는데, 자식들이 잘 가르쳐줘서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언론, TV 이런 것들 보단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게 요즘 추세다. 잘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익힌다"고 말했다.

휴대폰 어플로 버스를 예매했다는 E(59)씨는 "내 주변 사람들도 거의 다 스마트폰을 잘 활용할 줄 안다"면서 "일을 하다 보면 당연하게 쓰게 되는 어플들이 있고, 모르면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배운다"고 말했다.

한국종합노인복지관 관계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이 인기가 많다"면서 "대학생과 1대1 맞춤형 교육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물어보고 배울 수 있어 어르신들이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종합노인복지관에 회원으로 등록된 곳은 290개소지만, 이런 교육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19개소에 지나지 않는다. 관계자는 "이러한 교육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 고령층의 스마트폰 사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황정원 김이현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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