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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죽음에 내몰리는 '외주 노동자'

류영현
기사승인 : 2018-12-24 18:12:21
경영합리화 명분 아래 아웃소싱에 책임 전가 이어져
노동자의 절규에 방관자였던 국가가 답해야
▲ 류영현 총괄본부장
사업의 외주화(Outsourcing)는 기업 내부에서 맡고 있던 기능이나 업무를 외부의 업체에 맡기는 경영방식이다. 외주화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시스템을 필두로 다른 분야로 번져나갔다. 1990년대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나라에서도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전 산업 분야에서 외주화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소의 지난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외주화 인력규모는 400만명, 전 임금노동자의 21% 규모다. 용역노동자 임금은 정규직의 49.4%에 불과하다. 원청대비 1차 협력업체의 평균임금도 52% 수준이다. 임금수준만 낮은 것이 아니다.


근무조건은 더 열악해 위험이 뒤따르는 분야는 어김없이 외주화로 내몰고 있다. 외주업체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한전의 가장 위험한 분야는 전주를 설치하거나 대규모 정비공사를 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최근 3년 사이 한전에서 일하다가 숨지거나 부상한 노동자는 187명이다. 이 가운데 외주업체 직원은 173명, 한전 직원은 14명이었다. 외주업체 직원이 원청업체와 비교하면 무려 12배가 넘는 셈이다. 특히 사망자 18명은 모두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최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외주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스물네살 현장 운전원 김용균씨가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고인은 설비 점검 도중 분탄을 제거하기 위해 몸통 하나 빠져나갈 만한 개구부를 통해 컨베이어벨트를 살피다가 빨려 들어가 참변을 당했다. 2인 1조로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은 철저히 무시됐다. 그의 유품은 컵라면 3개, 과자 한봉지와 때 묻은 수첩, 그리고 랜턴을 대신해 준 휴대전화가 전부였다.


그의 죽음이 우리를 더 분노하게 한 것은 2년 전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에 끼어 열아홉살의 삶을 마감한 김모군의 기억 때문이다. 이때도 다시는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 '원청 하청', '비정규 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다양한 해결방안을 내놨다. 그리고 김군을 보내며 다시는 이런 헛된 죽음이 없도록 하겠다고 맹세했다. 이번 사고는 이 모두가 헛구호였음을 보여준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서 마주한 비정규직 노동자 이태성씨의 호소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정규직 안 해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습니다. 하청노동자지만 우리도 국민입니다. 죽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노동의 외주화가 책임의 외주화로 이어지고 있다. 스물네살, 그리고 열아홉살 꽃다운 청년들의 죽음이 잊혀질 때쯤 우리는 또 어떤 모습일까. 경영합리화와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불법이 판치는 지금 '죽지 않게 해달라'는 외주업체 노동자의 절규에 방관자였던 국가가 이제 답해야 할 차례다.

 

KPI뉴스 / 류영현 총괄본부장 ry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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