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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불이선란도' 등 304점 국립중앙박물관 품으로

이성봉
기사승인 : 2018-11-21 20:00:24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 국립중앙박물관 기증
<용비어천가>, 겸재, 추사 작품 등 문화재급 다수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21일 손창근(1929)선생으로부터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걸작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를 포함한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을 기증받았다.  

 

▲ 21일 오후2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손창근 기증자의 국보급 유물 304점에 대한 기증식이 있었다. 손창근(왼쪽)과 배기동 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손창근 기증자는 이날 오후 2시에 진행된 기증식 인사말을 통해 "한 점 한 점 情도 있고, 한 점 한 점 애착이 가는 물건들이다.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 고민 고민 생각하다가 박물관에 맡기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국보급 유물들을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앞으로 내 물건에 대해서 손아무개 기증이라고 붙여주세요.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은 개성 출신 실업가 故 석포(石圃) 손세기(1903-1983) 선생과 장남 손창근이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이다. 이 컬렉션은 15세기 최초의 한글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1447년)과 17세기 명필 오준과 조문수의 서예 작품 및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대표적인 한국 서화가인 정선, 심사정, 김득신, 김정희, 전기, 김수철, 허련, 장승업, 남계우, 안중식, 조석진, 이한복 등의 작품, 그리고 오재순, 장승업, 흥선대원군 등의 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 기증한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중 <용비어천가> 한글 초판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 컬렉션은 일찍이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회화' 특별전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시와 서적에 소개되었으며 한국미술사 연구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손창근 선생은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국립중앙박물관에 컬렉션을 기탁하여 전시와 연구에 활용되도록 하였는데, 금년 11월 아흔 살을 맞이하여 조건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컬렉션에는 지정문화재급 명품이 많은데, 대표작으로 겸재 정선(1676-1754)이 서울 장의동안 북원에서 마을의 원로들의 장수를 기원한 축하 잔치 장면을 그린 '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가 수록된 '북원수회첩(北園壽會帖)'(1716년 이후), 김정희의 40대 작품으로 추사체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청나라 문인과의 교유交遊 관계를 보여주는 '함추각 행서 대련(涵秋閣行書對聯)'(1831년 이전) 그리고 김정희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불이선란도'와 '잔서완석루( 殘書頑石樓)>를 들 수 있다. '잔서완석루'는 예서 글씨 편액인데, 조선시대 문인들이 지향한 학문과 예술 그리고 기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명품이다. '불이선란도'는 난초 그림으로 김정희가 지향한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주는 걸작 중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세기·손창근 부자는 평생 근검절약하며 부를 형성하고 문화재를 수집하였고 이를 아낌없이 국가와 사회에 기증하는 귀감을 보여 왔다. 손세기 선생은 생전인 1974년 서강대학교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선친의 나눔 정신을 계승한 손창근 선생은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2012년에는 50여 년간 매년 자비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경기도 용인의 1000억대 산림 약 200만평(서울 남산의 2배 면적)을 국가에 기부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이미 산림녹화 공적으로 1966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전대미문의 기부로 2012년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현재 이 산림은 선친의 아호를 딴 '석포숲 공원'으로 꾸며져 많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또한 2017년에도 88세 미수연을 기념하여 50억 상당의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하였다.

 

▲ 추사 김정희의 난초그림 '불이선란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세기·손창근 부자의 숭고한 기증 정신을 길이 기리고자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에 '손세기·손창근 기념실'을 마련하였다. 이 기념실은 손세기·손창근 컬렉션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서화 소장품을 전시하여 우리나라 서화 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 기념실의 첫 번째 전시는 김정희 서화에 초점을 맞춘 '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11.22.-‘19.3.24.)으로 김정희의 '불이선란도', '잔서완석루' 등과 김정희 제자 허련이 그린 '김정희 초상', 그리고 19세기를 대표하는 남계우南啓宇의 '호접묘도(胡蝶猫圖)', 장승업(張承業)의 회화가 전시된다. 두 번째 기증 명품 서화전은 내년 3월에 열리며, 여기에는 정선의 '북원수회첩',  '비로봉도'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 겸재 정선의 마을 원로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잔치를 묘사한 '북원수회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기증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넘어 대한민국 역사상 손에 꼽을 경사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기증 및 기부 문화가 확산되어 문화강국으로 거듭 나기를 바라는 손창근 기증자의 아름다운 뜻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품의 전시와 연구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이날 배기동 박물관장은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20일 선생님께서 박물관에 오셔서 컬렉션 기증을 처음 이야기 하셨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8월 28일 사모님과 함께 오셔서 문화재 기증원에 서명을 하셨을 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정말 엄청나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세기, 손창근 선생님의 문화 사랑 정신과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숭고한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손세기 손창근 기념실을 마련하고 기증 명품 서화 특별전과 우리 관 소장품을 전시하여 우리나라 서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가꾸어 나갈 것이다"고 약속했다.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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