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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 전쟁터 된 온라인 커뮤니티

오다인
기사승인 : 2018-10-06 13:01:49
성평등 제도 강화될수록 '원래 것 잃는다' 반감 커져
익명성·집단 동조 결합돼 온라인서 혐오 발언 증폭

"한국은 여자가 참 살기 쉬운 세상이다. 백수로 살다가 돈 떨어지면 거리에서 남자 하나 찍어서 성추행했다고 신고하고 합의금 1000만원 받으면 된다."

"예멘인이 한녀 4명 성추행함. 출국 유예기간 지났는데 왜 안 쫓아내나. 한남만 보호하는 X국정부 XXX아." 

 

▲ 2016년 5월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해 남녀가 서로 다른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매월 약 6천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5일 게시된 글 중 일부다. '성추행'이라는 키워드로만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5건의 게시물이 등록된 상태다. 지난 20일 간으로 치면 무려 2천건이 넘는다.

최근 성추행과 무고죄 논란으로 깊어지고 있는 남녀 갈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워마드'에서 남녀 간 혐오 발언이 심화하는 것을 비롯해, '네이트판'과 '다음 아고라' 같은 포털 사이트 내 커뮤니티에서도 남녀 간 대립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네이트판에서 '한샘 성범죄 사건'을 둘러싸고 '꽃뱀' 논란이 불거졌던 일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 9월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성추행범으로 구속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게시글은 5일 오후 12시 기준 조회 66만5000여회와 댓글 2640여개를 기록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등록돼 32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남녀 갈등에서 빚어져 나오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성차별적 발언들은 단순히 유희로 넘기기엔 파급력이 매우 크다. 유입되는 이용자 수 자체가 클 뿐더러, 어린이·청소년에게도 노출되기 때문이다.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루리웹 △인벤 △일간베스트 △뽐뿌를 방문한 사람은 지난 8월 기준 각각 △6356만명 △3168만명 △2907만명 △2188만명 △1645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국가성평등지수는 높아지는데 온라인은 왜?

국가성평등지수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내 성별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성평등지수는 2016년 72.7점(100점이 완전 성평등)으로 전년 대비 2.5p 상승했고, 유엔개발계획(UNDP)이 조사·발표한 2018년 성평등 국가 순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10위에 올랐다.
 

▲ 한국 국가성평등지수 변화 추이 [여성가족부 제공]

 

이에 대해 성평등 전문가는 "국가성평등지수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 수준을 조사한 것이라기보다 성평등 제도와 그 시행 결과를 측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평등 제도가 강화될수록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이 달라져 반감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사회구조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남성들이 '기존의 것을 잃게 됐다'는 저항감을 가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기보다 기득권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함으로써 '백래시(backlash·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중의 반발)'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의 삶이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을 평등이 아니라 되레 역차별로 여기기 때문에 반감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상에서 남녀 갈등이 유독 극심하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남재일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익명성이 보장됨으로써 격한 반응이 증폭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격한 혐오 발언은 폭력적인 권력 행사 의지 때문에 나타나는데, 온라인에서는 정체성을 노출할 리스크조차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집단 동조' 현상이 온라인에서 더욱 심한 것도 또다른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람들은 강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정보 회전률이 매우 빠른 온라인에서는 강한 발언이 살아남고 이런 발언이 결국 힘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대개 강한 입장으로 쏠리며 익명성이 결합된 온라인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커진다는 뜻이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남모(28)씨는 "재미가 있다는 게 가장 크고, 얼굴은 모르지만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도 이런 이유에서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평등 관련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양평원 관계자는 "기존에 방송·신문 보도 등을 모니터링하던 것에서 나아가 온라인 커뮤니티 내 성차별적 내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이에 대해서도 정규 모니터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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