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부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단톡방 경조사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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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단톡방 경조사 '스트레스'

손지혜
기사승인 : 2020-01-16 14:45:25
"단톡방에 경조사 뜨면 참석여부·부조금 눈치게임"
"홍보하듯 경조사 관련 정보 뿌리는 것 지양해야"
# 직장인 A(38) 씨는 단톡방에 경조사 공지가 올라올 때마다 고민이 많다. 가까운 지인 외의 사람들은 챙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해서다. 특히 경조사가 지방에서 발생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챙기자니 돈과 시간이 아깝고, 안 챙기자니 그 모임에서 소외될까 두렵다.

▲ 단톡방과 SNS에 경조사 관련 내용이 활발히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청장년층의 부조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결혼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결혼식 같은 경우 전화가 오거나 개인톡을 보내는 경우에는 웬만하면 가려고 하지만, 단톡방에 모바일 청첩장 하나만 덜렁 올라온 경우에는 성의가 없어 보여 더 망설여진다. 빠듯한 살림에 이런저런 경조사를 챙기다 보면 비용적인 부담도 만만치가 않다.

2019년 4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한 해 평균 140만 원 정도를 경조사비로 지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혼 직장인의 경우 한 해 평균 경조사비가 164만 원으로, 미혼 직장인 지출액인 117만 원을 훨씬 웃돌았다. 응답자의 89.7%는 경조사 참석에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고 그 이유로 '경제적 부담'(74.6%·복수응답)을 꼽았다.

단톡방 경조사 알림 뜨면 눈치게임 시작

단톡방과 SNS에 경조사 관련 내용이 활발히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청년층은 결혼 소식, 장년층은 자식들 결혼이나 부모 부음으로 부조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조사 알림이 올라오면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먼저 친한 지인들에게 갈 것인지를 물어보고 참석 여부를 정한다. 부조금은 얼마로 해야 하나 시세도 살피게 된다.

B(30) 씨는 "몇 년 동안 교류가 거의 없던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서 결혼 소식을 알려오면 난처하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데 호들갑 떨며 축하하면서 축의금까지 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서 "안 내면 정 없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서 어지간하면 내긴 내지만 내키지 않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금액적인 측면에서도 골머리를 썩인다. C(32) 씨는 "결혼이든 부음이든 10만 원씩 내니까, 한 달에 거의 많이 낼 때는 40~50만 원씩 지출이 발생한다"면서 "카톡방을 통해 가볍게 끊임없이 전달되는 경조사 소식들이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C(32) 씨는 "회사 자체가 공동체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보니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가지 않으면 눈치가 보인다"면서 "우리 부서도 아닌 다른 부서 선배 한 분이 지방에서 상을 당하셨는데 돌아오는 차편이 없어서 결국 차까지 빌려서 조문을 하러 갔다왔다"고 회상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D(33) 씨의 경우 아예 전화번호가 병원에 등록되어 있어서 교수님 관련된 부음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D 씨는 "'00교수님의 장인어른이 별세하셨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으면 매번 '이런 거까지 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았을 때 직접적 차별을 받지는 않지만 뒷말이 나오기에 웬만하면 참석하려 한다"고 밝혔다.

A 씨도 "안 읽었을 때 떠있는 수백 개의 메시지 창을 볼 때마다 신경에 거슬린다"면서 "혹시라도 중요한 내용을 놓쳐 소외될까봐 들어가 봐도 별다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정말 친한 사람만 경조사 초대해야

E(27) 씨는 "우리나라 경조사 문화가 일본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듯' 경조사 관련 정보를 뿌리는 것보다 소수의 친한 사람들만 초대를 하면 초대받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 양측의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결혼식 전에 초대할 하객을 꼼꼼히 확인한다. 상대방의 형편·상황을 고려해 초대한다. 초대장을 보내고 회신을 받아야만 참석하는 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하객 인원에 오차가 없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청첩장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거나 실례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다. 그러니 청첩장 등이 단톡방이나 SNS를 통해 뿌려질 일이 없다.

중국의 경우 장례식에는 정말 가까운 지인들만 초청된다. 초청받은 사람은 반드시 가야 하는 게 원칙이다.

미국도 경조사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려 초대하는 방식이지, 자신이 속한 단체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방식은 쓰지 않는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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