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공수처 폐지' 1호 공약 내걸었던 통합당의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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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폐지' 1호 공약 내걸었던 통합당의 복잡한 속내

남궁소정
기사승인 : 2020-04-22 16:29:56
쏙 들어간 공수처 폐지론…7월 15일 공수처 출범 예정
야당 몫 2명이 변수…공수처장 두고 비토권 행사 가능성
"1년 10개월 후 대선…여론 의식해 '무조건 반대' 어려워"
오는 7월 출범하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싸고 미래통합당의 셈법이 복잡하다. 당장 1호 공약으로 공수처 폐지를 내걸었지만 4·15 총선에서 참패하며 공약 실현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지는 않을 터. 공수처를 저지할 새로운 셈법이 뭘까. 공수처 추천위원 임명과 위성 교섭단체 등을 놓고 통합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은 총선 결과를 동력 삼아 공수처를 비롯한 검찰·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남은 3개월 동안 조직 구성, 법령 정비 작업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쏙 들어간 공수처 폐지론…야당 몫 2명이 변수


통합당은 줄곧 공수처를 반대해왔다. 총선 1호 공약으로 공수처 폐지를 내걸었고, '공수처는 초헌법적인 국가기관'이라며 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만약 통합당이 총선에서 150석 이상 과반을 차지했다면 공수처 폐지를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참패했다. 지역구 253석중 겨우 84석을 건졌다.

공수처 출범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의 인선 과정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7명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6명 위원의 찬성으로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최종 임명하게 돼 있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씩 추천해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야당 위원 2명이 공수처장 추천을 반대하면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기 힘든 구조다. 민주당이 지난해 말 통합당을 향해 '절대적인 공수처장 비토권'이 있다고 한 이유다.

물론 비토권이 절대적인 건 아니다.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하지 않고 시민당을 별도의 교섭단체로 만들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시민당이 야당 몫 1석을 챙기면서 공수처장 추천에 필요한 6명이 전부 범여권이 된다.

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통합당 역시 미래한국당을 교섭단체로 만들 수 있다. 19석을 확보한 한국당은 1석만 더하면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니 민주당과 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를 뽑기도 전에 야당 추천 인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일 게 뻔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위성정당인 시민당과 내달 15일까지 합당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혀 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통합당 내에서도 한국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날 정진석·장제원 의원은 합당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원유철 대표도 "합당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총선 후 통합당과 합당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뉴시스]

'공수처 무력화'냐, 여론 의식한 협상이냐

통합당이 어떤 행보를 보이냐에 따라 공수처 설치는 무기한 연장될 수도, 민주당의 기대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일단 통합당은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공수처를 일관되게 반대해 왔는데 쉽게 추천권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공수처 설치를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추천위원은 추천하되, 공수처장 후보 선출에는 동의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초대 공수처장은 공수처의 향후 역할과 기능, 영향력을 가늠할 척도이기에 야당으로선 쉽게 양보할 수 없다. 이 경우 추천위원 과반 찬성 혹은 7명 중 5명 찬성 등으로 법을 다시 개정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공수처 출범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국회가 인사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아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전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특별감찰관 제도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이 후보 추천을 미루면서 3년 넘게 공석으로 둔 끝에 폐지됐다.

일각에선 여론을 의식한 통합당이 과거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처럼 '무조건 저지'를 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워낙 크고, 총선에서 대패한 통합당이 또 지연책을 펼칠 경우 민심을 더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대선이 1년 10개월 남은 상태에서 공수처 설치가 늦춰지면 통합당은 '친검' 야당이냐는 국민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밀고 당기는 과정을 한 두차례 겪겠지만 특정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무난한 법조인이 초대 공수처장으로 취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민주당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경우, 통합당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최 평론가는 "산적한 현안 속에서 통합당도 민생을 챙기면서 보수재건을 도모해야 한다"며 "공수처 문제가 장기간 핫이슈로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시민당과 합당을 천명하며, 후보추천위 야당 몫 2명을 모두 통합당에 넘긴 것도 호의적인 국민 여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런 결단은 사실상 공수처를 제때 출범시키기 위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을 통합당에 넘긴 것이란 분석이다.

통합당이 헌재에 청구한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는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 중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지 않고 전원합의체 판단을 받는 첫 사례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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