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피해자에 가혹한 디지털성범죄 뿌리 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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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해자에 가혹한 디지털성범죄 뿌리 뽑힐까

주영민
기사승인 : 2020-05-29 16:03:54
디지털성범죄 지속 증가…피해자 대책 마련 시급
범죄자 처벌과 함께 신속 '삭제' 시스템 마련해야
"채팅앱에서 만난 사람에게 제 몸 사진을 보낸 적 있어요. 제 사진도 텔레그램에서 유포되고 있는 건 아닐지 불안해요."

"제가 몇 년 전 디지털 성범죄를 겪은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보기만 해도 징역형을 받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책으로 하나의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하지만, n번방, 박사방 등 잔혹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 피해자의 고통은 여전하다.

디지털성범죄 상담 건수가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한 상담 건수는 지난 2월 227건에서 3월 한 달간 330건으로 늘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상담 건수는 같은 기간 448건에서 573건으로, 피해촬영물 삭제 건수는 3013건에서 4096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9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디지털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 당시 '불법촬영 또는 유포' 피해를 입은 비율은 0.2%였지만, 3년 만에 '불법촬영'과 '유포'를 분리해 조사한 결과, 불법촬영 피해율은 0.5%, 유포 피해율은 0.2%로 집계됐다.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여성 응답자 중 60.6%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폭행·협박을 동반한 성추행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경험(58.1%)보다 높은 수치다.

불법촬영 피해경험은 19세 이상 35세 미만이 64.6%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19세 미만에 피해를 입은 비율은 13.4%로 조사됐다.

불법촬영 유포 피해는 19세 이상 35세 미만이 69.3%로 가장 많이 당했다. 19세 미만도 21.8% 달했다.

피해 유형은 불법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한 것이 49.0%로 가장 높았고, 불법촬영물의 유포 협박이 45.6%로 두 번째였다.

유포 경로는 카카오톡 등 즉각 쪽지창(인스턴트메신저 55.2%), 트위터·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SNS 38.5%), 블로그(33.1%) 순이었다.

특히 90% 이상이 촬영 당시 동의를 받고 촬영했더라도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수사 당국이 디지털성범죄를 일으킨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물론,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당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피해 회복에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유포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모니터링과 삭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골든 타임'은 24시간이다.

자료의 '삭제'가 완벽하게 이뤄져야 디지털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피해자여도, 보호자 동의 없이도, 피해자가 자진해서 영상물을 보냈어도 정부와 수사당국이 해당 자료를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삭제) 버튼을 누르듯 한 번에 범죄를 종식시킬 순 없지만, 사회가 나서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디지털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궁극적으로 범죄를 뿌리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7일 기준 디지털 성범죄 594건 관련해 664명을 검거하고 이 중 86명을 구속했다. 이 가운데 16건 258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434건 406명에 대한 수사는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536명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482명을 특정했고 조사를 마친 473명을 대상으로 신변보호와 상담 등 보호·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주영민 사회부 기자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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