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북한, 왜 연일 한국만 때리고 미국 비난엔 자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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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왜 연일 한국만 때리고 미국 비난엔 자제하나

김광호
기사승인 : 2020-06-11 17:03:29
위기몰린 트럼프, 北 신경쓸 여력 없어…북미 관계 냉각 불가피
전문가 "北, 남측향한 불만표출…대미압박보단 독자노선 집중"

'대북 전단'을 이유로 시작된 북측의 대남 공세가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에 남측에 대한 비난 기사가 넘쳐나지만 미국에 대한 비난은 이전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남측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더 높이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1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강 철책선 너머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건물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을 앞세워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았고, 이튿날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문을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는 물론 군사 도발까지 시사했다.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 북한 당국은 결국 9일 모든 통신선을 단절했으며, 추가 조치들을 예고했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순식간에 2018년 4·27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시계가 돌아간 셈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통일부는 10일 대북전단 살포단체 두 곳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승인 위반을 이유로 법인 설립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대북 전단을 두고 계속해서 남측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을 통해 "지금 적들이 표면상으로는 마치 아차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하루 한시도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분명 북남관계를 깨뜨리려고 작심하고 덤벼드는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나 같다"고 주장했다.

10일자 노동신문에서도 북한 각계각층 인사들이 남측에 강한 적개심과 불만을 표출했다. 조선사회주의민주여성동맹은 항의 집회를 열고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 죽여라"라고 외쳤다. 또 "쓰레기들의 망동을 묵인하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행태가 더 역겹다"며 "북남 관계를 총파산시켜야 한다"는 집회 발언도 기사에 소개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노동신문 캡처]


반면 북한이 미국에 대해선 언급이나 비난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미국이 남북관계에 주제넘게 참견하고 있다며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 국무부가 지난 9일 북한이 남북 통신망을 완전 차단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언제나 남북 관계의 진전을 지지해 왔다"며 "최근 북한의 행동에 실망했다"고 밝힌 데 대한 첫 반응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 반응이 나오기전까지 미국에 관한 비난 기사를 자제했다. 미국과 관련해선 코로나19 상황과 인종 차별 시위 내용을 간단히 실었을 뿐이다.

외무성의 입장 표명 전까지 북한이 미국에 비난의 목소리를 낸 건 6월 3일이 가장 최근이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중국 공산당을 공격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난했는데,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아니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은 놔두고 남한에만 적개심을 불태우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대북 전단은 남측과 미국이 함께 추진하는 대북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 탈북자 단체를 지원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의 배후에도 미국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엔 비난의 화살이 미국을 향하진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미국보다는 한국을 향해 누적된 불만을 집중적으로 표출하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북한은 한국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인데, 대북 전단이 일종의 변명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경제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눈치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여왔다가 이번 기회에 폭발했다는 것이다.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의견과 함께 '의도적인 위기 조성'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의 이번 경고가 미국 주도의 지속적인 제재에 맞서기 위한 보다 강도 높은 도발의 시작이라는 견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당장 북한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대응 미비와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따른 지지율 하락으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로 인해 미국 밖 문제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협상에 섣불리 나설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당장 북미 간 대화에 돌파구가 마련되기 힘들어 보이자 북한은 남측에 대한 총공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발언 이후 북한은 철저한 로드맵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면서 "남측이나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포석이 아닌 그동안의 합의 불이행에 대한 불만과 내부 결속의 목적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상황이 아닌만큼 적극적인 대미 압박에 나서기보다는 경제자립 등 독자노선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과정에서 남측에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을 잇따라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앞으로 미사일과 잠수함이 결합한 형태의 발사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ICBM의 경우 발사는 하지 않고 고체형 엔진의 성능 실험을 하거나 엔진의 모습을 공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도 충분히 미국에 압박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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