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마트 '묶음포장' 뭐길래?…환경부, '재포장 금지' 슬그머니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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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묶음포장' 뭐길래?…환경부, '재포장 금지' 슬그머니 없던 일로

황두현
기사승인 : 2020-06-22 16:11:58
환경부, 논란 일자 '재포장 금지' 시행 내년 1월로 연기
라면, 맥주 등 출고 당시 묶음 상품은 재포장 해당 안돼
유통업계 "자사 상품, 재포장 해당 여부 판단 어려워"

환경부가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재포장 금지 규정'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미룬다.

새 규정 시행을 앞두고 묶음판매를 금지해 가격 할인을 막는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재질 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 규정)'의 세부지침을 관련 업계와 재논의를 한 뒤, 계도기간 및 현장 적응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집행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재포장 금지'는 생활쓰레기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유통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되는 포장재 감축을 위해 환경부가 지난해 1월 입법 도입을 예고한 내용이다. 이후 20여 차례 업계를 만나 협의를 거친 뒤 올 1월 개정안을 내놨다.

▲ 환경부의 '재포장 규정'에 따르면 제조사가 직접 포장해 출고한 묶음포장 라면은 재포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2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황두현 기자]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 18일 유통업계를 만나 재포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가격 할인 등 판촉을 위해 1+1 또는 2+1 묶음상품을 구성했다면 재포장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두고 일부 매체가 "가격 할인 자체를 금지하는 행위"라고 보도하면서다. 시장 가격에 개입해 소비자 편익을 해친다는 지적이 일었다. 

환경부는 19일 "소비자 할인 혜택을 유지하면서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정책"이라며 "할인 판촉행위 그 자체가 가격 할인 행위를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예시로 "'맥주 5개 만원' 또는 '2+1 할인'에 안내 문구를 명시했거나 페트병 음료수의 입구를 고리로 연결한 행위, 띠지로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반면 "공장에서 출시된 이후 낱개로 판매되다가 판촉을 위해 여러 개를 묶어 전체를 감싸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재포장으로 규정했다.

즉 재포장 금지 규정 자체가 묶음상품의 가격 할인을 금지하는 건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원점에서 재검토를 택한 이유는 애초 불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재포장을 통한 사은품 증정은 금지되지만, 증정품을 띠지 형태로 묶으면 판매가 가능하다. 2+1의 판촉도 금지되지만, 안내 문구를 명시하면 가능하다. 공장에서 출시될 때 묶음포장된 건 가능하지만, 마트에서 포장하면 안 된다.

▲ 22일 한 대형마트에 유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유제품 상당수는 증정품을 묶어서 판매하는 묶음포장 상품이었다. [황두현 기자]


이를테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에서 판매하는 5개들이 라면은 출고 당시부터 묶여있었기에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의 주류도 마찬가지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빙그레 등의 유제품은 마트에서 재포장했더라도 띠지 형태로 묶었다면 판매 가능하다. 

반면 판촉을 위해 마트에서 비닐에 담아 재포장했다면 금지품목에 해당한다. 2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방문해보니 일부제품들이 비닐포장에 담겨 있었다. CJ제일제당, 해태의 만두에도 증정품이 함께 포장되어 있어 다소 애매해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 관계자들조차 자사 제품이 재포장 금지 규정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을 받고도 회사의 상품이 재포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판매업자와 소통이 부족해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18일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이후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25일 확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지침이나 세부방안을 논의하자는 어떠한 의견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K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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