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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리포트] Z세대 "코로나가 우리를 위축시킬 수 없다"

공완섭
기사승인 : 2020-07-07 10:23:50
16~24세 젊은이들 최악 상황서도 미래 긍정
정치에 눈뜨며 사회참여의식 발휘하며 도전
현실문제로 좌절하는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

지난 5월 퓨리서치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16~24세 젊은이 4명 가운데 한 명이 실업자 신세라는 것. 불과 3개월 전만해도 8%이던 실업률이 코로나로 인해 3배 가량이나 늘어난 결과다.

멋진 프롬파티(고교졸업파티)를 꿈꾸던 졸업생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발휘하며 직장생활에 잔뜩 기대를 품었던 젊은이들이 당장 학자금 상환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저임금 일자리를 기웃거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 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이른바 Z세대. 밀레니얼세대로 불리는 Y세대 이후, 즉 2000년을 전후해 출생한 디지털 신세대다. 코로나 때문에 졸업과 취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다 해서 격리세대(Lockdown Generation)라고도 불리는 불운한 세대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성소수자 퍼레이드에 많은 젊은이들이 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다. 마스크 착용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AP 뉴시스]

국립보건통계센터가 지난 달 18~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젊은이가 41%,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인 숫자가 35.1%, 이 두가지를 동시에 겪거나 둘 중 하나를 겪은 경우는 47.5%나 됐다. 불과 일년 전에 비해 4~6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팬데믹 경제는 2차 대전이후 최악이다. 360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실업률은 24%를 웃돌았다. 감염자숫자가 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사망자는 13만 명을 넘어섰다. 신규 확진 환자가 하루에도 4만~5만여 명씩이나 늘어나고 있어 2차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절망적인 상황.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선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빚에 쪼들리고 취업난으로 당장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길게 봐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다.

볼티모어시 커뮤니티 칼리지 신입생 저스티스 조지(19). 그는 코로나 때문에 예기치 않은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통해 사회 참여의식을 키워 나감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간 케이스. 팬데믹으로 기숙사에서 어머니 단칸방 집으로 돌아와야 했을 때 처음엔 화가 났었다. 미용사인 어머니도 일자리를 잃은 상태여서 "인생의 새출발이 순탄치 않다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고.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 죽음을 계기로 시위에 적극 가담하면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정치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상황이 원망스럽긴 했어도 일상화된 인종차별에 대해 저항할 힘이 생겼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뉴욕 코넬대 1학년 이웬 카이(18). 여름방학 동안 프랑스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려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프로그램이 취소되자 과감하게 포기하고, 워타임코비드(WartimeCovid)라는 자선단체에 합류했다.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나눠 쓰거나 방역복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마스크를 기부하는 일을 하겠다고 자원한 카이는 "팬데믹상황에 누군가를 돕는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 하지만 공동체가 처한 상황에 자신이 일조했다는 데서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첫째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유산이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출생인 이들의 부모는 이른바 X세대. 전쟁의 아픔이나 가난을 모르고 살았던 세대다. 그런 부모 밑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데다, 태어날 때부터 리모컨을 들고 태어났다는 영상세대. 셀폰과 인터넷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첨단 기술로 무장된 세대다. 그러니 뭘 해도 한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이다.

클라크대학 심리학자 제프리 아네트는 "인생 새출발을 하는 18~25세의 젊은이들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성향이 뚜렷하다" 며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이 곧 지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와 자기 페이스를 찾아간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의 낙관론은 성취에 대한 강한 의지라기보다는 사고의 유연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게 아네트의 설명이다. 예컨대, 20대엔 결혼이나 주택구입 등 문제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하고, 이도 저도 안되면 아예 부모 집으로 돌아갈 작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긍정의 힘을 믿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CNN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대 공공의견프로젝트에서도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결과가 나왔다. 학교가 18~29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태도를 보고 정치와 보건시스템의 개혁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좌절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는 것.

이를테면 정치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90%나 됐다. 학자금 빚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응답은 21%로, 빚이 있어도 크게 신경 안쓴다는 숫자(36%)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현재의 학자금융자와 상환 방식에 대해선 85%가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요컨대, 부모세대들의 구체제에 뚜렷한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취업과 결혼, 내집마련 등을 포기해 버리는 이른바 3포, 5포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게 우울한 현실이었는데, 구체제에 반기를 들며, 코로나를 두려워 하지 않는 미국의 당찬 Z세대에게서 한 줄기 희망을 본다.
▲ 공완섭 재미언론인


K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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