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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그 하나의 무게

이원영
기사승인 : 2020-07-23 10:51:00

당신은 한끼를 위해 얼마나 수고를 하시나요. 무심히 때우는 그 한끼는 어떤 이에게는 하루의 모든 것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지금. 우리는 한끼 말고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안달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요. 

비 오는 23일 아침 6시. 서울 종로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습니다. 100미터는 족히 넘어 보입니다. 얼추 70대 이상, 대다수가 남자입니다.

무엇을 기다리는 행렬일까. 알고 보니 어느 독지가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였습니다. 오전 10시20분부터 도시락을 나눠주는데 아침 7시면 이미 200여 명이 줄을 선답니다. 맨 앞 순번은 보통 새벽 5시30분쯤 온다는군요. 공짜 도시락 하나 얻기 위한 전쟁 아닌 전쟁입니다.

어디서 오냐고 했더니 의정부, 인천 등 곳곳에서 온답니다. 누구는 그걸로 하루를 때우고, 누구는 집으로 가져가 아내와 나눠 먹는답니다. 일주일에 3일, 하루 350명 분을 나눠주는데 항상 끄트머리에 줄 선 50여 명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하네요.

많은 이들이 시간이 되면 무심히 행하는 '한끼 때우기'가 그들에게는 존엄한 하루의 행사였습니다. 

KPI뉴스 / 글·사진 = 이원영 정치·사회에디터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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