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아시아나 재실사 요구한 HDC현산의 속내…'인수포기' 명분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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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재실사 요구한 HDC현산의 속내…'인수포기' 명분쌓기?

김이현
기사승인 : 2020-07-27 11:30:58
아시아나항공 올 1분기 부채 13.2조로 치솟아…갈수록 악화
HDC현산 "'인수 의지' 변함없다"…업계 "인수 포기 수순" 관측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공개 요구하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포기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돼 재실사를 요구한 것"이라며 "인수 의지는 여전히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노 딜'(no deal)에 무게를 두고 있다. HDC현산이 재실사 요구를 통해 인수 무산 책임을 아시아나 측에 돌리고 계약 무산 이후 벌어질 법적 다툼에 대비해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인수사항을 재점검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보냈다. 금호산업이 지난 14일 "러시아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끝나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을 서둘러 달라"고 통보한 데 대한 답변이다.

HDC현산은 재실사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인수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하고,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HDC현산의 입장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재무 상태를 확인해야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지난 4월 초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사항들에 대한 공문을 전달했으나 현재까지도 충분한 공식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거래 지연에 대한 책임이 금호산업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약해제를 이미 결정하고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마저 든다"며 "해결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면서 인수조건 재협의를 구실로 보여주기식 거래종결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수 포기설'에는 여전히 선을 그었다. HDC현산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외 기업결합신고 절차 진행을 비롯해 유상증자, 사채발행 등 인수자금을 예정대로 조달하며 인수 절차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인수 포기설이 사실로 귀결되더라도 책임은 금호산업에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는 모습. [정병혁 기자]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2019년 6월 말 9조5988억 원이었던 아시아나의 부채 규모(연결 기준)는 6개월 만에 12조5951억 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659%에서 1387%로 치솟았다. 올해 초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손실 규모도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올 1분기 말 부채 규모는 13조2041억 원, 부채비율은 무려 6281%에 달한다. 인수를 하더라도 경영 정상화에 대규모 자금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지난해 유동성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영구채 5000억 원을 사들였고 이 영구채의 출자전환이 매각협상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그런데 지난달 30일 아시아나는 산은 등 국책은행을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 영구 CB(연 금리 7.2%)를 사모로 추가 발행했다. HDC현산은 사전협의없이 영구채 추가발행 한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금호산업은 당장 '재실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실사 기간인 12주 동안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HDC현산이 재실사 후 "인수합병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금호산업은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인수합병 불발에 대한 후폭풍도 감내해야 한다.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금액(2조5000억 원)의 10%인 2500억 원을 이미 계약금으로 냈다. '노 딜'이 현실화할 경우 HDC현산은 금호산업을 상대로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12주 동안의 재실사 기간이 인수 철회를 위한 출구 전략이면서도,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금호산업 측과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내부 대책회의를 열고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HDC현산은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는데, 재실사 요구는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면서 "말 그대로 파격적인 가격에 딜을 하면 좋고, 노 딜을 선언해도 법적 다툼이 해볼 만하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 포기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는 "칼자루는 HDC현산이 쥐고 있다"며 "채권단 입장에선 HDC현산 측이 새롭게 제시한 방안을 받아들이기도, 무턱대고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과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를 진행하더라도 수년 내 정상화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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