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국어기본법도 무시"…한글날이 부끄러운 정부 공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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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기본법도 무시"…한글날이 부끄러운 정부 공문서

장한별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0-10-07 21:44:40
'공공문서 사용실태 조사' 보고서, 공문서에 영어·한자 뒤범벅
국어기본법 위반, 특허청·과기부·산자부·국방부 순
"국어기본법, 국어책임관 제도 강화 등 정부 앞장서야"
▲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가 574돌 한글날을 앞두고 7일 한글학회 교육관에서 비대면으로 연 "국민 여러분! 우리말이 아파요!"라는 이야기마당. 이대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들풀 기자]

"216억 원 Processing-In-Memory CPU중" "全軍的 노력 결집으로 전작권 전환" "e-사람" "高價차사고"…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대표 이대로)가 574돌 한글날을 앞두고 7일 한글학회 교육관에서 연 "국민 여러분! 우리말이 아파요!"라는 이야기마당에서 소개한 문구다. "영어와 한자 사대주의에 물든 정부와 공공기관 공문서"라는 주제 토론회장에서 발표한 공식문서의 표현들이다.

한국어인공지능학회와 유피아이(UPI)뉴스가 함께 정부 부처·청·위원회 등 정부 부처 43곳 주요 문서를 수집해 조사, 분석한 '2020년 공공문서 사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공문서에서 영어는 물론이고 한자, 오염된 언어가 수두룩하게 발견됐다.

정부 부처가 국민에게 발표한 공식문서 로마자 오남용 사례에는 "AI, DB, TF"부터 "216억 원 Processing-In-Memory CPU중", "Real-time" 등 길고 어려운 어휘까지 다양하게 쓰였다. 우리말로 쓸 수 있는 용어를 두고 영어(로마자)를 빌려 써 뜻을 쉽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자를 그대로 사용한 표기도 적지 않았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現, 全, 新 등부터 "全軍的 노력 결집으로 전작권 전환", "데이터 확충 및 異種 데이터 연계 시스템 구축", "정상 訪美사상 최초 남북미 정상회동" 등 긴 문장도 등장했다.

또 '高價차사고', '대응TF', 'e-사람', 'SW교육', 'TF팀' 등 한글과 영어, 한자가 뒤섞여 얼른 뜻을 이해하지 못할 표현들도 많았다.

▲ '2020년 공공문서 사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어 표기(국어기본법 위반)를 그대로 쓰거나 혼합어를 많이 쓴 기관의 종합 순위는 특허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관세청 순으로 나타났다. [김들풀 기자]

보고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어 표기(국어기본법 위반)를 그대로 쓰거나 혼합어를 많이 쓴 기관의 종합 순위는 특허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관세청 순이며, 반대로 가장 적게 쓴 기관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법제처, 문체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순이다.

주제 발표에 나선 유피아이(UPI)뉴스 김들풀 정보통신 전문기자는 "이는 명백히 국어기본법 위반이다. 현행 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14조 공문서의 작성)'고 규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한자나 외국어를 써야 할 경우 괄호 안에 써야 한다는 단서는 국어기본법 14조 공문서 작성 규정은 엄밀히 따져 완벽한 한글 전용이라기보다는 한자 병기를 일정 부분 허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규정이 있음에도 올바른 우리말글 사용을 권장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국어기본법을 위반하는 꼴이다.

▲ 토론자로 나선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가운데), 박용규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회장(오른쪽), 강순예 해사한 우리문화연구소 소장(왼쪽). [김들풀 기자]

토론자로 나선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영어나 한자를 좋아하고 사대하는 일은 이미 일상화가 됐다. 문제는 고급스럽다거나 세련된 느낌이라서 사용한다는 것이다"라며 "언어 심리학 관점으로 볼 때 이는 스스로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사대 무의식이 드러난 것으로, 나라 전체의 정치 경제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용규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회장은 "일제 치하에서도 우리말을 목숨 걸고 지킨 애국선열에 대한 예의가 없는 짓"이라며, "애국선열들을 존중하고 우대한다는 문재인 정부는 우리말과 한글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앞장서서 실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사한 우리문화연구소 강순예 소장은 "정부의 잘못된 언어 사용은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문화강국에 걸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또한 "무분별하게 영어 한자 한글을 뒤섞어 쓰는 행태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우리말글을 배우고자하는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한글과 우리문화의 가치가 세계로 확산하는 이 시대에 정부 스스로가 국격을 깎아내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는 "서울 시내 거리에 영어 간판으로 뒤덮여 있고 영어로 이름을 지은 회사와 상표가 늘고 있다. 광복 75년이 지났는데도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에다가 영어가 판치니 우리말이 죽을 판이다. 그런데 이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그 잘못을 부채질하고 있다"라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앙행정기관마다 국어책임관을 두고 있으나 제 할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각종 자료에서 외래어를 걸러내고 어문 규정에 맞게 고치는 업무를 잘하도록 국어기본법을 고쳐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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