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종인의 '대국민 사과' 의지, '탄핵의 강' 건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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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대국민 사과' 의지, '탄핵의 강' 건널 수 있을까

남궁소정
기사승인 : 2020-11-17 16:31:47
구색만 갖춘 사과…"안 하느니만 못해" 지적도
당내 반발·지지율 박스권·TK 반감도 고려 대상
기본소득 등 이슈 선점, 정강정책에 '민주화 정신' 명기, 5·18 민주묘역 무릎 사과, 공정경제 3법 찬성….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쇄신을 위해 취임 직후부터 해온 굵직한 일들이다. 아직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핵심 과제가 남아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사과다.

김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해보인다. 여러차례 의사를 밝혔다. 17일 의원총회 후 "방식과 시기는 알아서 판단하겠다"라고 했다. 전날 당 비공개회의에서는 지도부에 '가능하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로 사과 시점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와 지난달 3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사과 의사를 내비쳤다. 

이렇듯 김 위원장의 사과 의지는 분명해 보이지만 연내 사과가 이뤄질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친이명박계나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일부 중진들 사이 흐르는 반발 기류를 극복해야 하는 데다, 정체된 지지율 속 TK(대구·경북)민심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자근 의원 주최로 열린 전기사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고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 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의 '투톱'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해 영남권 의원들은 벌써부터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제 와서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오히려 상대방의 낙인찍기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선 "중도층·호남만큼 집토끼도 잘 지켜야한다"는 반발이 감지된다.

친박 성향의 중진의원은 UPI뉴스에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모두 과오가 있고 그 부분은 단절해야 하지만, 사람에 대한 단절은 반대다. 김 위원장도 이견 조율 없이 혼자 사과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사과하려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우리가) '배신'한 것도 총체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반응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당내 분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사과를 언급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시대와의 절연'이라는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016년 이후 '전국선거 4연패'를 당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보수 진영의 퇴행과 반성 부재 때문으로 봤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당도 탄핵당했는데, 이 당 의원들은 사과·반성이 없어 비호감도가 높다"라고 주장해왔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이 내년 재·보궐 선거를 위해서는 그 전에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수구 세력과 결별해 '극우정당' '영남당'이라는 색채를 빼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경우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이 극우세력과 진정으로 결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개천절 집회를 '3·1 만세운동'에 비유하면서 집회 중지가 아닌 연기를 읍소한 바 있다. 극우세력과 결별하고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거듭난다고 각종 퍼포먼스를 했지만 결국 그들을 감싸고 돈 셈이다.

일각에선 사과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짚고,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예상가능한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주장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 사죄 형식이 아닌 사과하는 이유와 미래 비전 제시, 가령 21세기 신보수 선언 등이 함께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타이밍도 문제다.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지 5개월이 지나고 당 이름, 정강·정책까지 바꿨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박스권이다. 여권의 잇따른 악재에도 반사 이익조차 얻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김종인 비대위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사과할 경우 자칫 TK(대구·경북)가 등을 돌리고 당이 분열돼 비대위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최 평론가는 "사과를 하면 내부에서 많은 이탈이 있을 것이다. 특히 대구에서 발목을 잡을텐데, 이걸 각오해야 한다"라며 "그동안 국민의힘은 집토끼를 잡아야 하는 실리만 좇다가 잘 된 일이 없다. 과거 망령에 끌려다니다가 영원히 지지율 하락을 못벗어나고 문닫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내 수구 보수세력이 다수인 상태라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에 찬성하는 사람보다는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라며 "리더십을 발휘해 당론으로 굳히고 정강정책으로 하는 등 승부수를 띄워야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한 새로운 보수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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