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코로나는 사회주의 편? 유럽, 기본소득·직업보장 적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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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사회주의 편? 유럽, 기본소득·직업보장 적극 추진

이원영
기사승인 : 2020-11-24 13:04:21
코로나로 고용 불안정성 높아지며 각국 정책 변화
위기상황에서 국가 책임 커지며 찬성여론도 높아
무상 지급에 따른 고용 축소, 인플레 우려 제기돼
코로나19로 대륙 전체가 팬데믹 공포에 빠진 유럽에서 기본소득과 직업 보장 등 한때 좌파 사회주의자들의 포퓰리즘으로 비판받던 정책들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정치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23일(현지시간) CNN은 "팬데믹 시국에서 국가의 새로운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직업보장과 기본소득 등 유토피아 구상이 유럽에서 실험되고 있다(Job guarantees and free money: 'Utopian' ideas tested in Europe as the pandemic gives governments a new role)"고 보도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지역구의 크리스틴 자딘 의원은 코로나 이전에는 기본소득에 부정적이었다.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 소속인 자딘 의원은 "코로나19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우리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딘 의원은 지난 3월 정부가 학교, 상점, 식당, 술집을 폐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딘 의원은 "모든 주민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보내는 아이디어가 이제는 이상하기보다는 실용적으로 보인다"고 달라진 정치적 입장을 피력했다.

자딘 의원처럼 진보적 정책으로 정치적 입장을 바꾸는 정치인이 늘면서 좌파들의 몽상으로 여겨졌던 정책에 대한 지지 여론도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수백만 명이 한 달에 1200유로(1423달러·160만 원)를 받는 기본소득 프로그램에 신청했으며, 영국에서는 100명 이상의 의원이 정부의 기본소득 정책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빈 남서쪽 40마일 거리에 있는 옛 산업도시 마리엔탈에서는 지속적인 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은 크게 바뀌면서 삶의 환경을 변화시켜왔는데 미국 대공황 때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사회보장 수표를 지급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영국에서 보편적 의료보험이 도입된 것도 2차 세계대전 중이었다고 CNN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이와 유사한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세계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뉴캐슬 대학 행동 과학자 대니얼 네틀 교수는 "큰 격동적인 사건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정치적 변화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소득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각 분야의 자동화 및 기후 위기로 대량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더해 올해 코로나로 직업 불안정이 현실화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유럽인의 71 %가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기본소득 연구자인 티모시 애시와 앤토니아 짐머만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본소득 개념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아이디어라고 종종 무시되는 아이디어였는데 찬성 여론이 그렇게 나온 것은 놀라운 변화"라고 썼다.

네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3900만 명이 지난 5월 초 기준으로 정부로부터 파트타임 임금이나 무상보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현금지급이 실현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까지 임금의 80%를 보전해주는 유급휴가를 연장했다.

기본소득 전문가인 브뤼셀 생 루이 대학 야닉 밴더 보르그트 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실업 위기에 빠진 근로자들에 대한 긴급한 지원"이라며 기본소득 정책을 지지했다.

이처럼 기본소득 등 정부가 무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위기 상황에 대처하려는 정책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각국에서 이러한 정책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비영리단체 메인 그룬데인코멘과 베를린 소재 독일경제연구소(DIW)는현재 15만 명으로부터 개인 기부를 받아 120명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2021년 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연구는 3년 동안 지속되며 현금을 받지 못한 1380명과 비교해 삶의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취업 보장 실험이 지난 10월 시행에 들어가 3년 동안 지속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공공고용서비스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마리엔탈 지역에 사는 150여 명의 주민에게 유급 장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공고용서비스의 스벤 헤르고비치 국장은 "고용지원 프로그램은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됐지만 팬데믹 이후 고용안전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 영국 자유민주당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정강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마련했고, 좌파 노동당에도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청원에 대해 지난달 말 의회 위원회에서 논의가 있었다.

한편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논란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을 적자 재정에서 지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유층에 대한 높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인지, 기본소득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지급되어야 하는지 등도 합의가 안된 상태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 정부는 너무 재정지출이 크고 근로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이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기본소득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자딘 의원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동료들을 설득하는 것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코로나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들이 변하고 있고, 의원들의 마음도 바뀔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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