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고심끝 영업중단…"고객의 온기 빠진 겨울 가게 너무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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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끝 영업중단…"고객의 온기 빠진 겨울 가게 너무 추워요"

이원영
기사승인 : 2021-01-06 11:02:20
음악인 양지훈 씨 라이브 카페 '옥탑방 부엉이'
코로나 여파로 고객 끊겨 고심 끝 '영업 중단'
"힘들수록 더 힘든 사람 위로하고 이겨내기를"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91학번), 국내 최초 6인조 아카펠라(무반주합창) 그룹 '인공위성' 창설 멤버, 전국 대학생 그룹 경연대회 1등, 아이돌 버금가는 인기, SK텔레콤·제일기획·네이버 근무, 나이 마흔에 사표 후 미국 음대 유학(할리우드MI), 50일간 미 전국 돌며 버스킹, <미국을 달리다> 출간 베스트셀러 여행작가 데뷔, 2016년 귀국 후 80일간 부인과 북유럽 여행, <아이슬란드를 달리다> 출간, 같은 해 홍대 입구에 라이브 카페 '옥탑방 부엉이' 개업, 독립 음반 제작 스튜디오 '로드뮤직' 운영. 음악PD·인디가수·팟캐스트로 인생 최고의 시간을 만끽. 2021년 1월 6일 카페 영업 중단.

양지훈(49) 씨의 이력이다. 자유인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원없이 살아왔다. 그는 "영혼 없이 살았던 직장생활 10년을 끝낸 다음 음악과 함께 지내온 지금까지의 삶이 가장 즐거웠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도 코로나19의 한파는 비껴가지 않았다. 4년 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로 인기를 끌어왔던 '옥탑방 부엉이'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양 씨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고객이 급감하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담담하게 전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자영업자들에게 함께 힘내자는 독려의 메시지를 전해왔었다.

그는 지난 4일 올린 글에서 "옥탑방부엉이 한동안 문 닫습니다. 폐업 결정은 아니구요. 오늘과 내일, 양일간 유통기한 있는 재료 소진을 위해 임시 오픈한 후, 다음주 목요일까지 우선 열흘 정도 영업 중단하고 이후 상황은 코로나 확산 추이를 고려해 다시 결정할 예정입니다"고 글을 올렸다.

▲ '옥탑방 부엉이'에서 매주 열렸던 독립 음악가들의 공연에는 많은 청춘들이 찾아와 즐거움을 나눴다. 2016년 12월 송년 공연 때 팬들과 함께한 양지훈(산타 복장) 씨. [페이스북 캡처]

이어 "12월 중순 이후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3월과 8월 집단 확산 때엔 그래도 단골 고객 중심으로 하루 한두 테이블씩 정도라도 찾아주셨었는데, 최근 3주간은 '5인 이상 일행'은커녕 일주일 평균 내방 고객 수 자체가 4명이 채 되지 않는 수준. 이래서야 월세, 직원 월급은 고사하고 그야말로 전기세, 공과금 정도 겨우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의 매출인거죠. 월급이라도 세이브하기 위해 아예 문을 닫는 것이 손해가 훨씬 덜한, 가게 오픈 후 처음 겪게 되는 지경인데요. 결국 이 2.5단계라는 녀석이 우리 가게의 운영 방식에는 치명적이었습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양 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나보다 훨씬 더 힘드신 분들이 많으실거다. 요즘 내가 맘에 품고 사는 말이 다산 정약용의 '모두가 지옥을 걷고 있으니 서로에게 관대하자'는 말이다. 주변에 보면 힘든 처지일수록 더욱 위로하며 힘내라는 분들 요즘 많이 만나며 많이 배우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다함께 힘들수록 더 힘든 사람들 생각하고 서로 위로하며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담담한 메시지를 전했다.

▲ 양지훈 씨가 자신의 가게 로고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X자를 그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다음은 양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옥탑방부엉이 한동안 문 닫습니다. 폐업 결정은 아니구요. 오늘과 내일,월화 양일간 유통기한 있는 재료 소진을 위해 임시 오픈한 후, 다음주 목요일까지 우선 열흘정도 영업 중단하고 이후 상황은 코로나 확산 추이를 고려해 다시 결정할 예정입니다.
신년 정초부터 희망찬 덕담 나누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그래도 관심,응원 보내주고 계신 분들께 보다 정확한 사정 공유해 드려야겠다 싶어서요. 그렇다고 뭐 자영업자의 힘든 사정을 마냥 호소하거나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그냥 현 상황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보고,대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의 흐름 같은 걸 정리,공유해 보는 정도랄까.

하긴, 요즘 같은 시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잘 살고 있는 일상을 공유하는 포스팅도 왠지 보기 불편하긴 합디더만. 아뭏든. 12월 중순 이후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3월과 8월 집단 확산 때엔 그래도 단골 고객 중심으로 하루 한 두테이블 씩 정도라도 찾아주셨었는데, 최근 3주간은 '5인 이상 일행'은커녕 일주일 평균 내방 고객 수 자체가 4명이 채 되지 않는 수준. 이래서야 월세,직원 월급은 고사하고 그야말로 전기세,공과금 정도 겨우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의 매출인거죠. 월급이라도 세이브하기 위해 아예 문을 닫는 것이 손해가 훨씬 덜한,가게 오픈 후 처음 겪게 되는 지경인데요. 결국 이 2.5단계라는 녀석이 우리 가게의 운영 방식에는 치명적이었습니다.

9시까지 영업에다 공연도 할 수 없으니 2차로 와인 한잔과 함께 공연 데이트 즐기러 오던 일반 손님들도 끊기고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이 넘는 위기감으로 인해 회사원 단골 분들도 아예 손발이 묶여버린 그런 상황. 문제는 이게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는 건데, 이미 생활 속 조용한 감염 전파가 만연해져 버린 상태에서 정부 당국으로서는 이 사태를 급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도, 그럴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최근 발표된 "확산 정점을 '완만하게'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문장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 얼마나 공포스럽게 와닿을지, 이들도 모르는 바는 아닐텐데 뭐 딱히 다른 방도가 없는 듯하네요. 어쨌거나 3단계로 올리지 않아 피해가 덜 가는 경제 주체도 많은 게 사실이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아직은(?) 선방하고 있는 편인 데다 역사적으로 보나 범 지구적으로 보나 이번 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거라 충분히 예상되었던 터라, 그닥 지금의 정책 방향이 딱히 원망스럽거나 하진 않습니다.

이래저래 기회가 있었을 때 보다 더 현명하고 과감한 결정들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 정도는 있지만, 원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정치, 정책 변수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마음 쏟는 것 자체가 시간, 감정낭비라고 생각하는 편인데다 지금은 스스로의 지난 결정에 대해 속상해할 여유 따위를 부릴 때가 아닌지라 말이죠. 다만 그나마 경제적 사정이 좀 나은 저희들도 이렇게 고민이 되는 상황인데, 지금까지 버티며 생계를 걸고 가게를 운영해 오시던 수많은 분들이 이번 겨울만은 결코 넘기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많이 아프지만 이 역시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부디 확산세가 하루빨리 줄어들기를 기도하는 일 외에는 달리 방도가… @.@:;

어쨌든 저희 가게도 다시 게임의 룰이 바뀐 것 같네요. 11월 정도까지만해도 이렇게 밀물, 썰물 왔다갔다하기만 하면 지금 운영방식을 유지하면서 어느정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까지 완전 바닥이 드러나는 상황이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가정 속에서는 또다른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폐업은 여전히 옵션이 아닙니다. 망해서 그만 두는 건 적성에도 안 맞구요. 회사를 옮기거나 나올 때도 항상 다음 목적지가 생겨 떠난거지 있는 자리가 힘들어서 그만 둔 적은 없었거든요.

뭔가 더 오기가 생긴달까. 아무튼 최악의 경우를 산정하고 내가 아직 가지고 있는 대응의 수가 뭔지를 찬찬히 따져볼 시간을 좀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아직 열두척의 배가 있습니다'…뭐 이런 심정이랄까) 우선 놓치고 싶지 않은 훌륭한 셰프님이 또한번 자기 월급을 스스로 삭감해가며 어떻게든 저희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굳건히 보여주고 계시구요. 어쨌거나 여전히 아름답게 잘 유지되고 있는 예쁜 공간과 주방도 건재하구요. 이 와중에 외식, 배달 주방 사업 등 뭔가 이런 것들로 새롭게 올 한해 서바이벌 해 나갈 수 있는 구도를 다시 좀 짜보려 합니다.

'월세'야 뭐 어차피 보증금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걸 테니 적절히 뭉게면 올 연말까지 버티는 데 큰 문제는 아닐 듯하구요. 돈도 돈이지만, 어쩌면 향후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하는 빈도와 기간이 늘어날지도 모르는 시대를 맞아 '적자생존' 관점의 변화가 불가피한 오프라인 공간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 장기적 고민을 좀 더 당겨 미리 해볼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고민들을 가게를 열어놓고 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보람이었던 공연 유치도 못하고 찾아주는 단골도 없는 상황에서 매일 가게를 열고 있어야할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하겠는 데다, 무엇보다 손님 없이 텅빈 겨울 가게는 너무 춥더라구요. 그동안 겨울에 옥탑방부엉이가 이렇게 추웠던 적이 없었는데, 그게 다 공간을 가득 채워준 사람들의 온기 덕분이었음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마침 이번 주 최악 한파도 찾아온다 하니 오늘 내일 가게 문 열고 재료소진 파티한 후, 보다 따뜻한 곳으로 피난 내려가 한 열흘 정도 도 닦고 올까 하구요. 친한 분들은 제가 갈 데가 뻔한 거 아실테니 마침 근처 계시면 연락 주시고, 혹시 와중에 아지트 필요하거나 하신 분 계심 얼마든지 급 하산해 모실 수 있으니 또한 알려주세요. 이만총총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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