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인물 소개회' 전락한 인사청문회, 커지는 청문회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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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소개회' 전락한 인사청문회, 커지는 청문회 무용론

김광호
기사승인 : 2021-01-20 16:43:29
文정부 26차례 임명 강행 논란…朴정부 17명, MB정부는 10명
야당 동의 없는 인사 계속…"이럴 거면 청문회 왜 하나" 비판
21대 국회 '청문회 제도 개선 TF' 구성…개선 가능성은 '글쎄'

26명·17명·10명.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정권에서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청문회 대상 장·차관급 인사의 숫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변 장관은 야당 동의가 배제된 26번째 장·차관급 인사가 됐다. 박근혜 정부 17명, 이명박 정부 10명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와 같이 현 정권의 '기-승-전' 임명 강행이 이어지면서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는 왜 하나"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불거지는 숱한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채 장관 임명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현행 인사청문 시스템의 허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부터 무용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19년 9월에 있었던 조 전 장관에 대한 청문회 당시 다수의 증인이 출석을 거부하고 자료 제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당수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채 청문회가 끝났다. 당시 야당은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나 사모펀드 의혹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으나, 여당의 필사적 엄호를 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조 장관 임명은 강행됐고, '맹탕 청문회'라는 오명을 썼다.

이후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지난달 29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직에 임명되면서다.

변 장관은 청문회에 앞서 구의역 스크린도어나 공공임대주택 관련 부적절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23일 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변 후보자는)능력은 물론 자격도 없다"며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며 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처럼 여대야소 정국인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회는 언제부턴가 '인물 소개회'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사청문회 본래 취지는 후보자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고, 국민의 묵시적 동의를 얻는 자리"라며 "현 정권에서 청문회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청문회가 무력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9년 9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가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인사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인사청문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관련 법안이 수십건 발의되기도 했다.

이 법안들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공직후보자 추천 이유 적시, 고위공직후보자 허위진술 처벌, 의도적인 자료제출 지연시 처벌 등이 담겼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대부분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인사청문회 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도덕성을 검증하는 '공직윤리청문회'와 정책역량을 검증하는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고, 공직윤리위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 인사청문제도 개선 소위원회를 가동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없이 사라졌고, 여야가 청문제도 개선에 착수하더라도 세부 절차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 여대야소 정국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야당 입장에서도 정권이 바뀌었을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신율 교수도 "개선하려면 인준 대상을 늘리거나 대통령의 임명 권한을 견제해야 하지만 여당에서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번 정권에서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안좋은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청문회가 인사권자의 들러리 행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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