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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은 '샤이 진보', 서울시장 보궐선거 흔든다

남궁소정
기사승인 : 2021-02-16 16:34:33
재·보궐 D-50…與 박영선 vs 野 안철수 '박빙'
"샤이 진보 최소 5%에서 최대 10% 출현할 듯"
후보 안낸 정의당 지지자들의 민주당 쏠림도
"어디 가서 더불어민주당 찍는다고 말 못 하겠다. 코로나19·부동산 문제로 하루하루가 지옥이라는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지지한다고 말하겠나."

서울 동작구에 사는 황모(38) 씨는 지난 15일 한강공원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생각이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인 황 씨는 지난 지방선거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었다.

이번 보궐선거 당일에도 투표장에 갈 생각이다. 하지만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다문다. 여론조사에서도 늘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전임 시장의 성범죄, 아파트값 폭등,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민심이 이반하는 상황에서 진보적 성향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는 '샤이 진보'가 됐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0일 앞둔 16일 오후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가로등 현수기를 게시하고 있다. [뉴시스]

16일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론조사에선 나타나지 않는 진보성향 유권자 '샤이 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다수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박영선 예비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샤이 진보'를 투표장에 얼마나 끌고 나오는지에 따라 격차를 벌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 연휴 전후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는 다자 대결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고 양자 대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다만 안철수 후보와는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입소스(SBS 의뢰·6~9일·서울시민 800명) 조사에서 단일화를 전제로 박 후보와 안 대표가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안 대표가 43.5%로 오차 범위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3.5%p) 내에서 박 후보(40.6%)를 조금 앞섰다.

리얼미터가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 의뢰로 지난 13~14일 18살 이상 서울시민 1005명을 대상으로 여야 통틀어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p)한 결과, 박 후보는 32.2%로 1위를 차지했고 안 후보가 23.3%로 뒤를 이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8.9%p였다. 이로 인해 줄곧 '3자 구도 승리론'을 주장해왔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화는 숙명"이라고 태도를 바꿨고, 당내 후보들은 '연립 지방정부' 구상을 내놓고 있다.

정확한 설 민심을 파악하긴 어렵다. 설 연휴 전후로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는 모두 각 정당의 핵심지지층이 적극적인 응답을 하는 ARS(자동응답) 조사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실정과 여론조사 등에 대한 불신 등으로 '숨어버린 진보층'은 응답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들의 표심이 선거 당일 예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보수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진보는 숨죽이고 있다. 이른바 샤이 진보층인데, 이들의 파괴력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국민의힘을 지지할 명분이 없고 △ 대선 전초전인만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이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의당이 4·7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점도 변수다. 박 평론가는 "진보정당인 정의당 지지층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힘 후보나 안철수 후보를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경우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이들 다수가 현재 여론조사에선 드러나지 않아도 결국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입소스 조사를 보면, 정의당 지지층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는 범여권 후보 중 박영선 후보가 가장 낫다는 응답이 41.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만약 박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맞붙을 경우에는 54.3%가 박 후보를, 32.8%가 안 후보를 지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샤이 진보는 투표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크기가 오락가락 하지만, 연령대별 예상 투표율을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현재 나온 여론조사보다 최소 5%에서 최대 10%까지 더 나올 수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서울에서 보수 유권자로 분류할 수 있는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이 25%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샤이 진보가 출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라고 강조했다.

▲ 썸트렌드 제공

숨어 있는 '샤이 보수'보다 '샤이 진보'의 기반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한다고 해도, 각 후보별 언급량과 관련 감성어 분석을 해보면 민주당이 큰 격차로 승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지지자는 젊은층에 많은데, 국민의힘의 부정적 유산을 물려받는 단일화 과정에서 젊은 지지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대학 교수는 "야당으로선 결코 쉬운 경기가 아니다. 자기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고 가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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