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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내달 韓·美 정상회담 때 文대통령 옆에 설 수 있을까

박일경
기사승인 : 2021-04-22 17:12:06
총대 멘 재계…내주 '삼성 부회장 사면' 공식 건의
與·野 한목소리 "사면" 힘 실어…文 대통령은 고심
'특별사면' 더해 복권에도 무게…반대 여론 달래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논의가 달아오를 조짐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제 5단체는 다음 주 중 이 부회장 사면을 정식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에 제출할 건의서는 경총이 경제계 대표로 작성한다.


사면론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이 있다. 지금 세계 경제 최대 이슈는 반도체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설 정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웨이퍼를 흔들며 반도체 패권을 선언한 터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도 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 부회장 사면론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백신 외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백신 수급은 절박한 문제다. 정·재계에선 그동안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에게 '백신 특사'를 맡겨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신 확보에 비상한 각오로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며 "5월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대동하고 미국으로 가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썼다.

▲ 고(故) 이건희(왼쪽) 삼성그룹 회장,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UPI뉴스 자료사진]

형선고 4개월 만에 사면된 이건희…복역 4개월째 접어든 아들은?

이 부회장은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 옆에 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헌법과 사면법에 의하면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법무부 장관 상신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특별사면·복권 등을 보고하기 전에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하나, 대통령의 결심만 서면 절차상 한 달 뒤 문 대통령 방미 때 이 부회장이 동행하는 일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2009년 12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단 한 사람을 특별사면했다. 당시 법무부는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31일자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제인 1명만을 대상으로 한 사면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UPI뉴스 자료사진]

특히 이건희 회장은 그해 8월 배임과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은 이후 4개월 만에 사면 복권됐다. 사면심사위가 개최된 지 불과 닷새 후 MB는 특사부터 복권까지 초고속으로 재가했다.

아버지가 만들어낸 전례가 있는 만큼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아닌 시기 이 부회장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사면은 12년 전보다는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법무부로부터 취업 제한 통보를 받은 상태여서 아버지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팔 걷고 나섰듯 백신 외교를 위한 대외 활동에 지장이 없으려면 복권까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5억 원 이상 횡령·배임으로 유죄를 받으면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86억 원 가량의 삼성전자 돈을 횡령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준 혐의로 올해 1월 18일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확정 받고 4개월째 수감 중이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UPI뉴스 자료사진]

'백신 외교' 취지 좋지만…공약 파기 명분 쌓아야

전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및 바이오 회계 의혹' 첫 공판에 출석했다. 이제 막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 관련 형사재판이 시작된 터다. 국정농단 사건은 법률적으로 사면이 가능하다고 치더라도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여권의 고민이 큰 부분이 이 지점이다. 현(現) 정부는 공약으로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면을 하려면 또 다시 약속을 깨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을 맞은 것이다. 공약을 파기해도 될 정도의 명분 축적이 필요하다.

결국 관건은 여론 향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12년 "어떤 형을 구형하고 (선고)받았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계속 뒤집히는 것은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악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2015년 8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2016년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사면했다.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극자외선(EUV) 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특별사면이 3권 분립 원칙을 벗어나 사법권을 무력화한다는 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그만큼 뚜렷한 명분과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고도의 정치행위가 특별사면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를 얻어 특정한 범죄 전체에 대해 행하므로 특정인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특별사면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경우 재판에 대한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이 큰 제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도체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견해 또한 적잖은 만큼 '이재용 사면론'은 가열될 전망이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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