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원영 칼럼] 윤여정, '꼰대'의 길 가는 시니어에 멋진 한방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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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윤여정, '꼰대'의 길 가는 시니어에 멋진 한방 날리다

이원영
기사승인 : 2021-04-30 11:49:14
솔직담백한 모습 남녀노소에 감동
남에게 관대, 자신에 치열한 태도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호기심 견지
살면서 매력적이라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자존심 강한 인간 특유의 본성 때문이리라.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에 어디 쉽게 누구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닮고 싶을까.

그런데 윤여정(이하 여정)에 대해선 얘기가 달라진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관계없이 그는 '워너비'가 됐다. 젊은이들은 여정처럼 늙고 싶다며 환호한다. 중노년들은 짐짓 흠, 내가 꼰대였군, 하며 그를 닮고 싶어한다. 

일흔넷 여정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으로 나돌며 각광 받는 것을 보며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시니어들 적지 않으리라.

많은 미디어에서 여정을 소환하고 있는데 또 하나 부스러기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그럼에도 '또' 소환하는 건 나도 그에게 아주 반해버린 탓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감동을 던진 건 여정의 거침없고, 자신 있는 삶의 태도다. 영어를 잘해서, 말을 잘해서가 아니다. 있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말했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콕콕 박혔다. 진심이 담긴 말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요, 남녀가 따로 없다.

여정의 말과 생각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지만 특히 시니어를 준비하거나, 이미 그 반열에 접어든 '꼰대 연습생'이라면 더 요긴할 것 같다.

그에겐 '꼰대' 끼를 찾기 어렵다. 말도 표정도 그렇다. "어른이라고 꼭 배울 게 있냐,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살면 되지"라는 말에서 그가 자기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어른들은 낡고 매너리즘에 빠지고 편견에 차 있고 경험으로 오염되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이 뭐 알아?' 이렇게 말하지 말라고 한다.

노소를 막론하고 여정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자기에게 세워지는 장벽을 스스로 허무는 그의 자유로움 때문 아닐까.

여정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그런 삶을 싫어했다. 후배 연기자가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냐고, 너무 어렵다고 하면 여정은 나도 어렵다고 응대한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지금도 어렵다고 했다. 어제처럼 오늘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렇게 표출되었으리라. 그러니 그에겐 매일이, 매년이 새로웠을 것이다.

2013년 어느 방송에서 한 말도 어록에 담겨 있다. 누가 인생에 대해 물었더니 "인생, 나도 몰라. 나도 67살은 처음이야. 알았으면 이렇게 안 했지"라고 했다. 자기의 지금 나이를 처음이라고 자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정은 매년 인생을 '비기너'처럼 낯설고 설레게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여정은 '전형적'인 것이 싫다고 했다. 고리타분하고 하품나는 건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단다. 70대 중반의 '할머니'라면 그냥 편한 것에 푹 안주하고 번거로운 변화를 싫어할 법도 하지만 그는 달랐다. 늙어도 호기심 잃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윤여정식 '살아있음'의 증거인 셈이다. 사람들은 그의 심장이 아직도 펄떡펄떡 뛰고 있음을 동경한다.

여정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은 싫어해도 자신과는 치열하게 싸웠다. "난 경쟁이 싫어요. 최고가 아닌 최중으로 살면 안 되나"란 말에 그가 경쟁해서 최고를 차지하려는 성정이 아님이 금세 드러난다.

그러나 자신과는 악착같이 경쟁했다. 나 그냥 살던 대로 살겠다, 배고파서 연기를 했는데 배우는 배고플 때 연기를 잘한다고 했다. 자신과 끊임없이 다투고 화해하는 모습이 선연하다. 그래서 얻은 그의 자존감이 삶을 이끌어가는 엔진이 되었으리라.

나이 들면 쉽게 아집이 강해지고 꼰대스러워지기 쉽다. 나이만큼의 경험이 보물인 줄 알기에 그렇다. 그것이 여정의 말대로 '오염되고 편향된' 것인 줄도 모르고.

여정은 자칫 나도 모르게 꼰대의 길을 폼잡고 걸어가거나, 가려던 (나를 포함한) 많은 시니어들에게 상쾌한 한방을 날려주었다.

생큐, 여정.

▲ 이원영 기자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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