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미친 집값'은 왜 물가통계에 반영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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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은 왜 물가통계에 반영되지 않나

강혜영
기사승인 : 2021-06-02 15:58:23
5월 전국 주택가격 전년비 8% 뛸때 소비자물가 2.6% 상승
통계청 "소비자물가에는 상품·서비스만 반영…주택은 '자산'"
전월세는 소비자물가에 포함…"가중치 낮아 현실 반영 못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했다. 9년여만의 최고치다. 여기저기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일반시민들은 체감하기 어렵다. 고작 2.6%로 인플레를 걱정해야 하는가. 지난 4년 서울 집값은 폭등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30평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 4년간 80% 가까이 뛰었다. 

무주택 서민은 '미친 집값'에 '미칠 지경'이다. 그런데 소비자물가는 고작 2.6% 올랐다니, 체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서민의 무지나 몰이해가 아니다. 정작 '미친 집값'은 물가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물가통계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월세만 반영될 뿐인데, 이는 가중치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통계만큼 정치적인 것이 없다"면서 "집세가 상승하면서 관련 지출이 늘고 있으나 통계의 가중치는 그대로여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 전국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KB국민은행 제공]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1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46(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에다가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주택 가격 오름세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KB부동산시장 리뷰 5월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넘게 뛰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봐도 종합주택의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2020년 5월 102.4에서 올해 5월 110.4로 상승하면서 1년 새 7.8%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 가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구입비용으로 물가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통계로 가계에서 소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지출만 포함해 산출된다.

주택구입비, 저축, 유가증권구입, 토지구입비 등 재산증식을 위한 지출과 세금, 사회보장비 등과 같은 비소비지출은 지수품목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집값이 상승해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오르지 않는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사는 것에 대한 가격을 조사한 것"이라면서 "주택은 일반 상품과 다르게 한 번 사면 더 높은 가격에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품이 아닌 자산 및 투자의 성격이 강해 소비자 물가에 계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에도 집값은 반영되지 않고 임대료(월세)만 포함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택 가격 뿐 아니라 주택 구입에 따른 세금도 소비자물가 통계에 반영 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집값 오름세로 인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주거 비용 상승도 물가지표에 반영 되지 않아 체감 물가와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월세는 물가지표에 반영되지만 가중치는 그대로…"현실 반영 못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주택 가격은 포함이 안되지만 전월세 가격은 포함된다.

지난달 집세 지수는 105.48로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집세 가운데 전세는 1.8%, 월세는 0.8%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의 체감 물가보다 상승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소비자물가는 개인이 아니라 소비자 전체를 대상으로 평균적인 가격변동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월세 계약은 계약 기간동안에는 가격 변동이 없다"면서 "2년 짜리 계약을 맺는다고 하면 매달 24분의 1 정도만 계약이 이뤄지지만, 체감은 매달 계약이 이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전세 및 월세지수 상승률은 다른 부동산 통계와 비교해도 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전세 가격지수는 작년 5월 97.8에서 올해 5월 104로 6.34% 올랐다. 월세통합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98.2에서 99.9로 1.73% 상승했다.

김정식 교수는 "통계만큼 정치적인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면서 "여러 가지 측정 방법 중에서 전월세 가격을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는지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의 체감과 차이가 있는 낮은 통계 지표를 선정하게 되면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전월세 가격의 가중치도 최근 전월세 가격 상승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각 품목이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둠으로써, 소비자물가지수에 소비지출규모와 비례하는 영향을 주도록 하고 있다. 전체 소비자지수의 가중치인 1000에서 집세지수의 가중치는 93.7 수준이다.

최근 전월세 가격 상승세로 가계의 소비지출 비중에서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주거지출(주거·수도·광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로 집계됐다. 1인 가구는 이 비중이 19.5%에 달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물가 통계는 포함할 항목과 가중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와 이 두 가지를 언제 업데이트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등 상황이 바뀌었는데 가중치를 바꾸지 않으면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너무 자주 바꾸게 되면 과거와의 비교가 어려워 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계는 수치 자체만 보기보다 이를 감안하고 해석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숫자만 바라보고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현재 통계는 전월세 가격 상승세에도 가중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최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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