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스텝 꼬이는 윤석열…대권도전 선언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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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꼬이는 윤석열…대권도전 선언 차질 빚나

허범구 기자
기사승인 : 2021-06-20 10:29:36
잇단 '메시지 혼선'…'1호 인사' 대변인 경질
폐쇄적 구조·아마추어 대응 노출…준비 부족
野서 "X파일, 방어 어렵다"…김재원 "尹 해명"
'간보기 정치' 짜증…DJ 도서관 방명록 구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심상치 않다. 대권행보를 본격화하면서 허점을 잇따라 드러내고 있다. 자꾸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대권 준비가 부실해보이고 '아미추어 티'도 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석열 X파일' 의혹을 두고 지난 19일 야권발(發) '불가론'이 나온 것은 위험신호로 비친다. 공교롭게도 하루 뒤인 20일 윤 전 총창 '입' 노릇을 하던 이동훈 대변인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이어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시스]

선발 대변인이 펑크나면서 대선 캠프 형식의 참모진을 제대로 구성하는 것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오는 27일로 예고했던 대권도전 선언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잇단 메시지 혼선…1호 인사 대변인 경질…소통구조 문제 노출

이 전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윤 전 총장과 안 맞는 부분이 있었나'라는 물음에 "그건 해석하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그는 그러나 "X파일과는 상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메시지 혼선'이 대변인 사퇴의 원인으로 보인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윤 전 총장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윤 전 총장은 중앙일보 등을 통해 "지금 입당을 거론하는 것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직접 부인했다. 이 대변인 사퇴는 사실상 경질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에게도, 국민에게도 입당 여부는 최대 관심사다. 윤 전 총장과 자신의 '입'이 딴소리를 하는 건 '기본'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한다.

두 사람이 열흘 동안 같이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핵심 참모조차 윤 전 총장 속내를 제대로 모를 만큼 소통 구조가 폐쇄적인 점이 노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책을 맡은 사람이 열흘만에 튀어나가면서 윤 전 총장은 상처를 입게 됐다. 이 전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의 '1호 인사(人事)'다. 그게 실패한 건 윤 전 총장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사퇴 타이밍을 늦추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이래저래 아마추어 냄새가 묻어난다. 

메시지 혼선은 전조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의 첫 공개 참모로 주목받은 장예찬 평론가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8월말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반박한 바 있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대선본선)로 직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전 대변인이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너무 신중한 언행…'전언·간보기 정치' 국민짜증…대권준비 부족 의심

신중해도, 너무 신중한 윤 전 총장 언행도 도마에 오른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지금까지 대권 도전이나 정당 입당 등에 대한 의사를 직접 분명히 밝힌 적이 한번도 없다. 지난 9일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알게될 것"이라고 말한 게 고작이다.

그간 대부분 잠행하며 주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내왔다. 그 결과 여야 대권 경쟁자들로부터 '전언 정치', '간보기 정치'라는 협공을 당했다. 국민 피로감도 쌓이는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이 자초한 측면이 적잖다.

윤 전 총장이 하도 조용히 움직이다보니 공개 행보를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언론과 직접 상대하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아예 차단하려한 의도라는 것이다.

"대권 수업이 충분하지 못해서"라는 추측도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 정치 전문가는 "대권주자들이 리얼타임으로 언론과 간담회 등을 하려면 모든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혀야한다"며 "웬만한 내공이 없으면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11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의 일부 표현이 구설에 오르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윤 전 총장은 도서관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방명록에 작성한 글(오른쪽). [뉴시스]

'지평선을 연다'는 건 어색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평을 연다'고 하지 '지평선을 연다'고 하지 않는다"며 "언어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꼬집었다.

'성찰'이라는 단어도 어울리지 않다.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라는 뜻이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본다'는 뜻의 '통찰'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는 평가다.

野서 불붙는 '윤석열 X파일과 불가론'…최재형·김동연 등판하면 尹 입지 위협 전망도

'X파일' 의혹이 번지는 것은 가장 심각한 사안이다. 그것도 야권 내부에서 먼저 불붙고 있어 모양새가 고약하다. 윤 전 총장이 '정당의 울타리'가 없어 네거티브 방어와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진영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전날 SNS에 "얼마 전 윤 전 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일부의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윤 전 총장의 행보, 워딩,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높은 지지율에 취해있는 현재의 준비와 대응 수준을 보면,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양심상 홍준표 후보를 찍지 못하겠다는 판단과 똑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X파일'은 더불어민주당 또는 그 언저리에서 시작됐다"며 "우선 송영길 대표는 자신이 가진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해선 "송 대표가 X파일을 공개하면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며 "법적 문제가 있으면 처벌받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아마추어 같은 티가 난다. 빨리 입당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해 왔다. 장 소장도 "아마추어 측근인 교수, 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대응과 판단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변인 사퇴로 참모진 구성이 늦어질 것이고 정치 참여나 대권 도전 선언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의 견제도 계속되는 가운데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던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권 행보를 시작하면서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윤 전 총장 입지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본격 등판을 하기도 전에 잇단 악재로 위기를 맞은 반면 야권 대권 경쟁자들은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대권 출마 결심을 굳히고 다음달 초 감사원장직을 사퇴하며 정치 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며 몸을 풀고 있다. 두 사람이 대권 행보를 시작하면서 윤 전 총장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위기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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