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준석의 적은 이준석…말싸움 좋아하다 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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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적은 이준석…말싸움 좋아하다 위기 자초

허범구 기자
기사승인 : 2021-08-17 10:50:57
김재원 "李, 원희룡에 '윤석열 금방 정리된다' 말해"
李 "유승민, 대통령 만들 사람"…공정경선 불신 키워
"안철수, 요란한 승객" 조롱…합당협상 결렬 책임 커
김병준 "李, 경선관리 올인 아닌 당혁신 집중하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위기다. 당 대선후보 경선 관리자로서 중립성을 자꾸 의심받아서다.

대선을 치르는 당대표에겐 공정한 후보 선출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되레 거꾸로 가려는 모양새다. 특정 후보를 지나치게 압박하며 당 내홍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만나 대화하기 위해 서울 광진구 한 치킨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는 똘똘한데다 순발력이 뛰어나다. 각종 현안에 즉각 대응하고 논쟁을 즐긴다. 그런 만큼 말이 많고 독설도 잦다. 또 MZ세대답게 속내를 숨기기보다 그대로 표출한다. '말싸움'을 좋아하는 스타일.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윤석열 견제'가 당내 반발과 우려를 키우는 건 '공정 관리자'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17일 공개적으로 나왔다. 그것도 당 지도부 일원인 김재원 최고위원 입에서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제가) 방송 전에 원 전 지사와 통화를 했다. 틀림없는 사실이라더라"며 "원 전 지사가 '이 대표는 자동 녹음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니까 녹음 파일이 있을 것 아니냐'라고 말할 정도로 확인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원 전 지사가 들었다는 내용은 사실로 확인했고 원 전 지사가 이런 면에서 거짓말하고 그럴 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확인했다. "지난 8월12일, (이 대표가) 상주에 있을 때" 이같은 내용의 통화를 했다는 설명이다.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더 커지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그간 윤 전 총장과 위태로운 신경전을 이어왔다. 윤 전 총장 입당 과정에선 "지지율 위험", "탄핵의 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등 도발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입당 이후에도 토론회 일정, 통화녹취록 유출 논란 등으로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이 대표가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내뱉은 발언이 담긴 영상이 최근 나와 갈등을 부채질했다. 영상에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자 웃으며 "지구를 떠야지"라고 말했다. 또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으로 거명하며 "내가 당대표를 먹을 거야"라고 장담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내 유력 후보를 공격하거나 흠집내는 방식으로는 정권 교체 가능성을 떨어뜨릴 뿐이라는 것이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지도부는 이미 상처를 입었다"며 준엄하게 질타했다. "혁신을 뒤로 함으로써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공정성에도 상처를 입었다. 부패하고 부도덕하거나 노회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면서 젊은 리더십의 참신성도 훼손되었다. 기대는 어느 순간 리스크로 변하고 있다"는게 김 전 위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의 당 지도부가 가장 중히 여겨야 할 일은 당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뒤로 하고 경선관리에 올인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고 호통쳤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도 말을 험하게 하는 이 대표의 책임이 더 크다는게 중평이다.

이 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안 대표를 깎아 내리는 듯한 표현을 일삼았다. "안 대표의 과거 정치가 미숙했다"고 공격하는가 하면 "요란한 승객" 등으로 조롱했다. 자신의 휴가 시작일을 협상 시한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에선 "우리가 가오(자존심)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는 불만과 반감이 팽배했다.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다운 포용력 대신 협량 정치로 야권 통합 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빅텐트' 구상은 헝클어진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라고 '이준석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다. "이 대표가 워낙 자신있게 이야기를 하고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하길래 정말 그걸 믿고 있었는데 공격하고 끊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국민의당 측에서) 협상 결렬 선언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소탐대실하면 역사가 용서 안 할 것"이라며 "(합당 협상을) 다시 하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토론회 일정을 취소해 한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경선 관리 불신을 완전히 씻지 못한다면 내홍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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