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방역 전환해야" vs "시기 상조"…고민 깊은 방역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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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전환해야" vs "시기 상조"…고민 깊은 방역당국

이원영
기사승인 : 2021-08-17 15:35:41
당국, 코로나 백신 접종률 올리기까지 현 방침 유지
방역 유지하되 사적모임 규제 푸는 절충형 제안도
"누적된 피로감으로 방역조치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기회에 장기적인 관점의 대응전략에 대한 고민도 미리 시작할 필요가 있겠다."

현행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김부겸 국무총리의 언급(15일)이다.

물론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 관리 중심으로 방역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방역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일각에서 '방역 대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방역 방식에 대해서는 정부의 방식에 이견을 내지 않았던 대부분의 언론들도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에는 확진자 숫자 세기에 근거한 거리두기 방역을 중증자 치료 위주로 전환하고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 내지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언론에 자주 반영되는 것도 변화의 조짐이다.

▲ 지난 7월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의 인근 식당. 대목인 휴가철에 거리두기 4단계 안내문을 붙여야 했던 식당 주인의 심정이 어땠을까.  [뉴시스]

정치권에서도 방역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불거질 조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수를 쳤다. 그는 "앞으로는 근본적 사고를 새로 해봐야 한다. (변이가) 알파·베타·감마·세타가 나오는 판인데 이런 방식으로 계속 막을 수 있겠느냐"고 짚었다.

이어 "계속 백신을 맞는다고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전 세계적 사례"라며 "(지금까지의 방역체계로)국민의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률을 올려야 거리두기 완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정부의 방침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김부겸 총리가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을 신속히 추진하면서, 당면한 4차 유행을 이겨내기 위한 방역대책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 말을 수긍할 수 없다는 뉘앙스다.

정부는 확산세가 줄지 않으면 오히려 방역 규제조치를 강화할 태세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17일 "정부는 방역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전문가와 논의해 거리두기 단계 등 구체적인 방역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요지는 확진자 숫자가 줄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시각이라면 확진자 폭증 시 지역 봉쇄나 일괄 자가격리 수준까지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 대전환'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이왕재 서울의대 명예교수(전 대한면역학회 회장)는 코로나19 발발 초기부터 '코로나는 감기'라며 거리두기와 백신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그는 "감기 수준으로 약화된 델타 변이에 과잉대응하고 있다"며 "당장 거리두기를 폐지하고 감염 예방효과는 없고 중증화 방지에만 도움되는 백신은 고령자 위주로 접종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감염과 질병은 엄연히 다르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99%가 무증상인데도 이를 환자로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런 식의 숫자 줄이기 방역은 종착역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상수 한의사를 비롯한 140여 명이 연대한 의료인연합도 15일 성명을 내고 "대량의 PCR 선별 검사는 무수한 가짜 양성자를 낳으므로 막대한 세금과 시간 낭비이며 건강한 양성자를 확진자라는 이름 하에 격리·감시하는 것은 의학적 타당성이 없어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젊은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중증 환자 치료 위주로 방역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의료인연합은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피해보다 더 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거리두기와 백신접종 강요 등의 재고를 촉구했다.

방역 전환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확진검사, 접촉자 관리 등 방역은 적극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적모임 및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률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9월쯤부터는 부분적인 백신여권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은 철저히 하면서 개인생활의 회복을 도모하는 싱가포르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의 생각도 비슷하다. 정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역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50대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완전접종률이 70%에 달할 때까지는 현행 거리두기 방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영국처럼 확 풀자는 의견도 있지만 영국은 숱한 사망자를 낸 후 백신과 자연감염으로 면역을 형성했다고 보아야 한다"며 "우리가 그 방식을 따라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고 신중론을 폈다.

지금처럼 확진자 숫자로 코로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은 방역 당국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시기와 이유에서 가장 리스크가 적은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률을 올리고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감기 수준임을 인정하고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는 방역 전환은 '정치적 도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박을 감행할 것인가, 도박을 한다면 잃을 것인가 얻을 것인가. 방역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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