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전자발찌 개선? 구형모델 착용한 범죄자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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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자발찌 개선? 구형모델 착용한 범죄자들 많다

이준엽
기사승인 : 2021-09-10 15:51:45
6번 바뀌었어도 여전히 잘 끊기는 전자발찌 논란
실리콘→스테인리스 스틸→금속피스로 재질 강화
전자발찌 훼손하면 재수감돼...평균 8~9개월 형 선고
'전자발찌'가 대체 무슨 소용인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으로 다시 전자발찌 무용론에 불이 붙었다.

법무당국은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다. 절단 사건이 벌어지고 무용론이 비등하면 개선책을 내놨다. 늘 재질을 강화해 "끊기 어렵다"는 레토릭을 반복했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매번 스트랩을 끊고 달아났고, 범죄를 저질렀다.

게다가 개선했다고 해서 전자발찌가 한꺼번에 바뀌는 게 아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10일 UPI뉴스 인터뷰에서 "아직 구 버전의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들이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장치 특성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일부 범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구 버전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다 견고하게 개선된 전자발찌가 일제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개선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개선 효과를 당장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재 성범죄 및 강력범죄자 중 전자발찌 착용자는 올해 7월 기준 4847명이다. 이중 전자발찌 훼손자는 올해 8월까지 13명이다. 전자발찌를 훼손할 경우 전자장치 부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며, 재수감된다. 법무부 측은 "전자발찌 훼손자들은 평균 8~9개월의 형을 선고 받는다"고 설명했다.

2008년 9월 국내에 처음 도입된 전자발찌는 지금까지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1세대 전자발찌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규격을 적용한 실리콘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절단 후 도주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 그때마다 법무부는 모양과 재질을 바꿨다. 

전자발찌 제도는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변화를 거쳤을까. 시초는 미국이다. 1960년대 하버드대 심리학과 학생이었던 로버트 게이블과 커크 게이블 형제의 아이디어로 전자발찌에 쓰이는 추적 장치를 개발했다. 이들은 청소년 범죄자들이 마약중독재활치료센터나 학교에 제시간에 가면 보상을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낡은 위치식별 군사장비에서 착안해 장치를 고안했다.

초기모델, 만화 '스파이더맨'에서 아이디어 얻어

이후 1980년대에 잭 러브 미국 뉴멕시코주 판사가 특정 범죄전과자들의 범죄 예방을 고민하던 중 '스파이더맨' 만화책에 나온 위치추적 장치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가 전자제품 회사에 이를 의뢰해 팔찌 형태로 개발한 것이 현재 전자발찌의 초기모델이 됐다.

당시에는 전자발찌에 있는 발신기가 중앙 컴퓨터에 주기적으로 신호를 쏴 착용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GPS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 위치 추적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 특정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7년 법안이 제정되고 2008년 9월부터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자발찌를 특정범죄자들에게 부착했다. 전자발찌 대상자는 법무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초기 전자발찌 착용 대상은 2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가한 범죄자, 가석방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날 보호관찰 대상인 성범죄자 등에게 적용됐다.

이후 미성년자 유괴범(2009년), 살인범(2010년), 상습 강도범(2014년) 등으로 착용 대상이 확대됐다. 2013년부터는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24시간 출동체제도 갖췄다. 착용 기간도 10년에서 최장 30년까지 늘어났다.

▲ 초기 전자발찌 [법무부 공식 블로그 캡처]
▲ 2018년부터 도입된 일체형 전자발찌 [법무부 공식 블로그 캡처]

전자발찌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초기에는 전자발찌와 함께 휴대용 추적장치, 재택감독장치 등 여러 장치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휴대용 추적장치와 전자발찌를 통합하면서 단순한 형태로 변했다. 스트랩의 재질도 변했다. 초기에는 실리콘 재질이었지만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금속피스 등으로 계속 재질이 강화됐다.

이수정 교수 "보호수용제로 전자발찌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관리제도의 미비점도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가 효용이 없진 않다. 재범률을 6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며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호수용제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1년 기준 4천 명 중 50~60명 정도가 재범을 한다. 이들의 재범 시간대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야간이다. 야간에도 집안까지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야간에 재범률이 높은 대상자들을 보호수용하면서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용호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전자발찌의 주요기능은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것이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감시기능은 경찰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경찰과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불법체류자 감시용으로 많이 사용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자에게만 전자발찌 착용명령을 내리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좀더 넓은 범위로 전자발찌가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감되지 않은 불법체류자들을 감시하는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감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주지가 있는 불법체류자들 중 일부는 자택에서 일정 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단순 벌금형 누적이나 청소년 범죄, 알코올 중독 등을 저지를 경우 교도소 대신 전자발찌 착용명령이 떨어진다. 할리우드 스타인 패리스 힐튼과 린제이 로한은 음주음전 혐의로 3개월 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적이 있다.

영국은 성폭력, 강도, 폭력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지난 6월부터는 불법입국 혐의자들 중 일부에게 전자발찌 착용을 강제했다. 인권단체들의 항의에도 영국정부는 범죄예방을 이유로 향후 모든 불법이민자로 착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에서는 성폭력 및 강력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착용케 한다. 발찌를 착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올림픽 개최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대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에게 휴대폰 GPS를 통한 위치추적을 검토해 논란이 됐었다.

독일도 성폭력 및 강력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운다. 2017년 2월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인물을 감시하기 위해 전자발찌를 채우는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의심 범위 기준 및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며 같은 해 11월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KPI뉴스 / 조성아·김해욱·이준엽 기자 j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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