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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한국은 왜 관료 출신 대통령이 안나올까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9-11 21:33:42
관료 출신 대통령 없는 한국 vs 관료 출신 수상이 많은 일본 일본 수상 중에는 관료 출신이 대단히 많다. 동경대 법대를 나와 고급 행정관료가 됐다가, 자민당으로 넘어가 의원 몇 번과 주요 보직을 맡는 게 수상이 되는 최단 코스일 정도다. 여기에 정치 명문가라는 혈통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일본에서 관료의 영향력이 커진 건 이들이 행정업무만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일본의 관료는 전전(戰前) 혁신 관료시대 때부터 적극적이면서 능동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 덕분에 고급 관료는 군대 참모처럼 정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일본 정치에서 누가 권력자인지 모호한 것도 관료에게 힘을 실어준 요인이다. 메이지 유신 전까지 일본 정치는 상징적인 지배자인 천황과 실질적 지배자인 쇼군으로 나눠져 있었다. 현직 천황보다 퇴임한 상황이 막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고, 쇼군도 자주 조언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지배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막후 실력자를 뜻하는 야미쇼균(闇將軍)이란 단어가 만들어졌다. 사정상 진짜 실력자의 결정을 표면에서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해졌는데 관료가 그 역할을 떠맡았다.

옛날 얘기이기는 하다. 관료의 힘은 예전보다 약해졌다. 일본 사회가 성숙단계에 들어가면서 변혁을 위한 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사회전체의 변화 추진력이 약해져 기존 행태를 답습하게 되자, 관료계층도 전통적 의미에 맞는 형태로 바뀌고 말았다. 우리가 흔히 '관료주의'라고 얘기하는 그 관료 말이다.

민간의 역할이 커진 것도 관료의 역할이 줄어든 요인이다.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과거 경제참모본부였던 관료 조직의 기능이 단순 실행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관료의 영향이 줄자 오랜 시간 관료에게 밀렸던 일본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 나섰다.

우리는 관료의 역할이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나라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어 정치와 관료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다. 정치가 정책을 결정하면 관료는 내려진 결정을 집행하는 형태였다. 그 때문인지 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관료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경우가 없었다. 1997년과 2002년에 전직 법관이었던 이회창 후보가 몇 십만 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한 게 최고 권력에 가장 근접한 사례다.

이번에 관료 출신 세 명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관료로 처음 사회에 입문한 사람까지 따지면 숫자가 더 많지만, 정치계에서 경력의 절반 이상을 보낸 사람을 제외하면 대상이 셋으로 준다. 이번 대선에서 관료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테크노크라트 시대가 열릴 것이다.

반대로 실패하면 관료의 힘이 정치의 힘을 넘지 못하는 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세 사람 모두 편안한 상태가 아니다. 한 사람은 '고발 사주'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사람은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상태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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