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불평등한 사회는 언제나 대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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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불평등한 사회는 언제나 대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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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1-10-10 12:05:55
법인세·소득세율 올리는 미국 바이든 정부
분배 강화 자본주의 추진 일본 기시다 내각
성장과 분배, '공동부유' 실험하는 중국, 왜?
1960년대 중반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92%였다. 같은 시기 법인세율도 50%를 넘었다. 유산 상속세율은 70%였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자기가 번 돈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고, 그래도 남은 게 있으면 재산의 30%만 자식에게 남겨주라는 얘기다.

미국이 이렇게 가혹한 세금을 물린 건 경제운용 주체가 정부였기 때문이다. 1930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시장에 모든 걸 맡겨 놓는 게 대단히 위험한 일임을 깨달았다. 대안으로 정부가 경제 운용을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힘을 얻었다.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부 역할 확대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둔화를 가져왔다. 베트남 패전에 일본과 독일의 추격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겹치면서 미국 경제는 1980년대 중반까지 15년 가까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나온 게 레이거노믹스다. 정부 역할 축소, 시장 기능 강화가 목표였다. 덕분에 미국이 세계 경제 패권을 다시 쥐는데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시장의 폭주와 빈부격차 확대라는 문제를 안게 됐다.

미국 하위 계층 20%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년에 1만8000달러 정도 번다. 이중 세금과 의료 보험료를 떼고 집을 사느라고 빌린 돈과 자동차를 굴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제하면 3000달러가 남는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따져 12달러, 우리 돈으로 1만4000원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이번에는 정부가 불평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힘을 얻게 됐다. 시장의 기능을 믿고 있다가는 큰 일이 날 수 있으니 정부가 합리적인 세금체계와 분배정책을 통해서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대에 부응하듯 최근 주요국들이 분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 자본이득세 최소세율을 20%에서 40%로 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법인세와 소득세율 최고 한도도 각각 26.5%와 39.6%로 인상할 계획이다. 일본은 새로운 기시다 내각이 아베노믹스에 분배 기능을 강화한 일본형 자본주의를 핵심정책으로 정했다. 중국도 경제성장과 소득분배를 함께 추진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위해 6월부터 저장성에서 정책실험을 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있었다. 공산주의를 내세웠던 소련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세까지는 신이 불평등을 옹호해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상위 계층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건 신이 내려준 권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이 논리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등장한 게 생산성 이론이다. 다른 사람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 소득을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지대론도 나왔다.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러 방법을 이용해 소득 재분배를 제한하고 게임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나간 것이다.

지금은 어떤 이론으로도 빈부격차 확대를 정당화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은 임계점을 지난 듯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평등한 사회는 항상 대가를 치렀다. 정치적 불안이 나타나고, 경제적 힘이 떨어졌다. 주요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에 의한 불평등 해소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궁금하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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