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편견에 갇힌 유기견 , 절반은 보호소에서 삶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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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갇힌 유기견 , 절반은 보호소에서 삶 마감한다

조성아
기사승인 : 2021-11-10 13:54:24
[반려동물과의 공존, 갈 길 멀다] ② 유기견의 운명
구조 유기견 열 마리 중 세 마리만 새 가족 찾아
"유기견 입양 활성화하려면 편견 없애는 게 급선무"
여덟살 포메라니안 '보리'는 경기도 김포 길거리를 떠돌던 유기견이었다. 주민 신고로 구조됐지만 보리의 삶은 여전히 캄캄했다. 보호소는 삶이 보장된 공간이 아니었다. 새 '반려인'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로 삶을 마감할 운명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은 금세 닥쳤다. 숱한 유기견들이 겪는 과정이다. 그래도 보리는 운이 좋았다. 안락사가 임박한 순간 반려인 박예랑(가명) 씨를 만났다. 신고 주민 A 씨가 애썼다. 보리의 처지가 안타까워 전단지를 붙이기 시작했고, 이를 매개로 보리와 박 씨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5월 구조 당시 보리의 건강상태는 좋지 않았다. 뇌질환 등 무관심과 학대의 흔적이 역력했다. 고령에다 질병까지 있는 유기견. 새로 반려인을 만난 건 기적이었다. 박 씨는 "처음엔 어린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었는데 보리를 임시보호 하다보니 정이 들어버렸다"고 했다.

보리도 달라졌다. "처음엔 아주 까칠한 아이였는데, 점점 마음을 열더라. 지금은 제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다"고 박 씨는 말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 사람으로 치유받은 셈이다. 박 씨는 "처음엔 두려움이 없지 않았으나 보리의 변화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보리처럼 유기견의 운명이 모두 '해피 엔딩'인 것은 아니다. 길거리를 떠돌다 잡혀 '고기'로 팔리거나 구조돼도 새 반려인을 만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견공들이 태반이다. 

▲경기 김포에서 구조돼 안락사 직전 입양된 8살 포메라니안 '보리'. [반려인 제공]

▲'보리'의 입양 공고 안내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실·유기동물 중 45.8%가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자연사 25.1%, 안락사 20.8%였다. 유기견이 입양되는 경우는 29.6%로 10마리 중 3마리 정도만이 새 가족을 만나게 된다. 

숱한 유기견이 구조되고도 보호소에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은 결국 새 반려인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기동물은 키우기 힘들다'는 선입견 영향이 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1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중 단 5.4%만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고 답했다. 20명 중 1명꼴이다.

구조 후 유기견의 삶이 보호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지자체 보호소에 입소하게 되면, 반려인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보호소에서 7일 간 공고를 내 반려인을 찾는다. 반려인이 없는 경우 7일 대기 후 입양자를 찾게 되는데,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0일 후 소유권이 지자체로 이전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안락사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동물보호 관련단체에선 유기견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황동열 팅커벨 입양센터 대표는 "유기동물도 제각기 다른 특성과 개성을 가진 생명으로 성격이나 건강 상태 등도 제각각"이라며 "믿을 수 있는 단체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면 질병이나 위생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사람과 친화력을 회복시킨 상태로 입양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유기견'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 용어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유기견이라는 말 대신 'Rescued dog'이란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버려졌다'는 말 대신 '구조됐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설사 많은 유기견들이 구조되고도 결국엔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이들을 구조하는 일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동물보호가들은 말한다.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에서 살게 하고, 죽을 때 가능하면 고통을 덜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을 구조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KPI뉴스 / 조성아·김해욱 기자 j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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