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文 대통령 "아픔 딛고 미래로"…박근혜 "文에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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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아픔 딛고 미래로"…박근혜 "文에 사의"

허범구 기자
기사승인 : 2021-12-24 14:43:05
文 "국민통합·포용 절실…朴건강 나빠진 점도 고려"
두 전직 대통령 수감, 큰 정치적 부담…퇴임전 해소
朴 "국민께 송구…치료전념해 빠른시일 감사인사"
조원진 "대구 모시겠다"…전직 대통령 예우 없어
朴 뇌물, 한명숙 불법자금…사면불가 5대 원칙 위배
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특별사면을 받아 오는 31일 풀려난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복권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의 특사·복권을 전격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종교계나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건의가 있었다"며 "두루 의견을 듣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한데는 박근혜, 이명박(MB) 두 전직 대통령의 오랜 수감 생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건강이 많이 나빠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다소 줄어 긍정적 여론과 엇비슷해 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간 "사면권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이라며 수차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박, 이 전 대통령을 모두 풀어주는 건 문 대통령으로서도 버겨운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에 대한 친문 세력과 강성 지지층의 반감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에서 빠졌다. 청와대는 "두 분의 케이스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분리 대응은 국민의힘 분열을 노린 대선 노림수라는 평가가 적잖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 관련 고려는 일절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것을 고려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았겠나"라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먼저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입원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또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반응에 대해 "그냥 담담하셨다"며 "내가 (병원에) 오전 9시에 들어와 뉴스를 같이 보고 메시지를 구술로 받아 정리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거취에 대해선 "당장 말씀 드릴 수는 없다"며 "내곡동 사저가 경매로 (넘어갔고, 매입자가) 저희랑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짐은) 창고에 보관했고 나오신 뒤 거처는 저희가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지금 현재는 서울에 기거할 곳이 없다"며 "박 대통령께서 원하시면 얼마든지 대구에 모실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특사로 석방되더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받지 못한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퇴임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하는 연금이나 비서관(3명)과 운전기사(1명) 지원, 민간단체들이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의 지원, 사망 시 묘지관리에 드는 인력과 비용 지원 등의 예우를 계속 받지 못한다.

다만 이 법은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경호처는 퇴임한 대통령을 기본 10년, 최장 15년간 경호한다.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돼도 경호·경비는 예외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문 대통령의 사면 제한 원칙을 깼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 수뢰 △배임 △횡령 '5대 중대 부패 범죄'와 반시장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등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는 2017년 12월 29일 문재인 정부 첫 특사를 단행하며 사면 원칙을 재확인했다. 당시 청와대는 한 전 총리가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5대 중대 범죄에 포함됐거나 돈과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0년,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징역 2년을 받았다. 둘 다 문 대통령이 사면 배제 조건으로 내세운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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