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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왜 대선후보가 되면 눈빛이 달라질까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2-14 11:41:10
'인의 장막' 속 대통령, 권력 속성 앞에 뇌구조 달라져
제왕적 대통령 넘어선 '권력구조 개편' 위한 개헌 필요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이 최근 출간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거쳐 간 열두 명 대통령의 시대를 모두 겪고, 만나고, 함께 일하기도 했던 김종인의 경험에 근거한 대통령 비평이다. 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들에게 간절히 기대했던 비전과 능력 때문이겠지만, 평가는 모두 박한 편이다. 다음과 같은 글의 제목들이 말해주듯이 말이다.

이승만은 "건국의 공로를 스스로 무너뜨린 대통령", 윤보선은 "어쩌다 대통령이 된 무능한 대통령", 박정희는 "경제 발전의 성과에 스스로 무너진 대통령", 최규하는 "관료의 한계를 넘지못한 임시 대통령", 전두환은 "정의를 내세웠으나 정의롭지 못한 대통령", 노태우는 "'3김시대'를 넘지 못하고 실패한 대통령", 김영삼은 "민생을 후퇴시키고 떠난 유일한 대통령", 김대중은 "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한 평범한 대통령", 노무현은 "국민의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던 대통령", 이명박은 "기업과는 친하고 국민과는 멀었던 대통령", 박근혜는 "'문고리'에 휘둘린 식물 대통령", 문재인은 "촛불을 이용하고 촛불을 배반한 대통령"이다.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각 대통령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느낀 공통적인 핵심 이유는 권력의 속성에 대한 대통령들의 이해 또는 경계 부족이다. 김종인은 "견제 받지 못하는 권력은 스스로 패망을 재촉하는 법"이라고 했는데,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꿔놓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견제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깨닫기 어려워진다. 뇌의 그런 변화는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순간부터 '눈빛'을 통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당내 경선을 통과한 순간, 우리와 같은 양당 체제 하에서는 2분의1의 확률이 된다. 절반쯤은 대통령 권력의 문 앞에 도착한 것이다. 주위에서는 절대적인 인물마냥 그를 추존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사람이 바뀐다.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이기 시작하고, 이미 권력을 획득한 사람처럼 눈빛부터 달라진다. 대통령의 실패는 그때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권력이 커질수록 고급정보를 포함해 엄청난 정보력을 갖게 될 걸로 생각하지만, 대통령을 덮치는 건 최악의 '정보 과부하(過負荷)'다. 오늘날 보통사람들마저 흘러 넘치는 정보를 감당하지 못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골라서 소비하는 '확증편향'의 포로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보통사람들에겐 주변에 아첨하려는 사람들은 없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심기 경호'에 목숨을 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대통령은 주로 그들이 선별적으로 전해주는 정보에만 접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걸로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대통령들의 '자화자찬'이나 '유체이탈'은 그들이 뻔뻔해서 나타나는 게 아니다. 바로 그런 '인의 장막'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을 비판적 의미로 자주 쓰지만, 대통령에게서 '제왕'의 모습을 기대하는 우리의 허영심이나 어리석음에 대해선 눈을 감는다.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이 잘 지적했듯이, "우리는 대통령에게 도저히 한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과, 도저히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과, 도저히 한 사람이 견뎌낼 수 없는 압박을 주고 있다." 우리는 제도적으로 그런 일·책임·압박을 줄여줄 생각은 하지 않고, 대선의 계절만 돌아오면 그걸 다 해내고 견뎌낼 수 있는 자격 검증에만 열을 올린다. 그런 자격이 있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 대선 후보들과 연기 능력이 형편없다고 탓하는 유권자들 중 누가 더 문제인가?

김종인은 결론에서 "개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걸어놓고 있는 이 제도의 모순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토로한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너머'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국민이 적극적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낡은 시대는 이제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줘야 하지 않겠나."

김종인은 지난 2월 10일 이 책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번 선거는 최악이다. 차악도 없다. 누가 되더라도 앞날이 암울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재명이)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폭주할 것이 명백하다. 야당은 존재의미조차 사라질 것이다. (윤석열이) 당선되어도 그렇다.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진다. 임기 5년, 특히 초반 2년 식물대통령으로 지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하는가?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야 하며, 따라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30여년 겪은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다른 대안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의 눈빛이 달라지지 않게 하려면 이제 '사람 탓'은 그만 하고 '권력구조' 탓을 하는 게 옳다는 생각에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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